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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이 빠지면서 자리를 메꿀 사람을 채워야 하는데 연봉과 처우를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 과거와 달리 애널리스트를 선호하는 이들도 많이 줄었다. 인력 구하기에 급해진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텔레그램을 통해 자사 애널리스트 구인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텔레그램에 구인공고를 올리게 될 줄 몰랐다며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59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모두 1044명으로 지난해 초 1156명보다 112명(9.6%) 감소했다. 2011년 초 1492명과 비교하면 30% 넘게 줄었다.
애널리스트가 감소하는 이유는 달라진 그들의 위상과 무관치 않다.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며 해당 종목 주가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영향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고 애널리스트의 입지도 크게 좁아졌다.
위상은 좁아졌지만 업무는 늘었다. 최근에 만난 애널리스트는 “해외리서치 인력이 충분치 않다 보니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보고서까지 함께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며 “국내기업만 담당하던 애널리스트들이 해외기업을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리서치센터 독립성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애널리스트는 소위 ‘갑’의 관계에 있는 분석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석 기업의 IR(기업설명회) 담당자가 기업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우호적인 애널리스트에게만 고급 정보를 주는 일은 업계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여기에 ‘매수’ 일색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막상 매도 리포트를 발간하면 주가 하락을 우려한 해당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거센 항의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다.
상황이 이러니 짐을 싸는 애널리스트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그들이 만드는 분석보고서의 질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투자자가 믿고 볼만한 다양한 자료(보고서 등)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옥석을 가려줄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선 보고서가 기업의 주가와 맥을 같이 한다. 애널리스트가 독자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서 보고서의 공정한 매도,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분석 내용 등이 주가 흐름을 결정해 분석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만이 개입될 여지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이 분석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일이 생기면 암묵적으로 해당 기업을 분석대상에서 제외하고 추천하지 않는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1년 차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기존 8만5000달러(약 9800만원)에서 11만달러(약 1억2700만원)로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근무 여건이 더 좋은 사모펀드나 IT 기업 등에 우수 직원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골드만삭스는 모간스탠리, JP모간체이스 등 다른 경쟁사들이 10만 달러를 지급하는 수준에 비해 적은 초봉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상으로 가장 높은 대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여건에서 좋은 보고서가 탄생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보고서로 투자자들이 정확한 투자판단을 내리려면 애널리스트의 처우를 개선하고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년간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유능한 애널리스트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