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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협력업체 소속 김모씨(38)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전이 도급인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감전사고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뉴스1 |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는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도급인으로 보지만 건설공사 발주처는 제외된다고 규정한다. 도급인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건설공사 발주처는 법적 책임이 없다. 통상적으로 도급인은 작업을 맡긴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만 건설공사 발주처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발주를 맡긴 후 작업에 관여했다면 도급인으로 규정될 수 있다.
2017년 한전 충북지역본부는 지장송전선로 이설공사 일부인 지장철탑 이설을 전기공사업체 A사에 맡겼다. A사는 자사 소속 노동자 B씨에게 작업을 맡겼고 B씨는 작업 중 고압전류에 감전돼 추락한 후 숨을 거뒀다.
항소심 재판부(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형걸)는 “한전이 직접 수행한 공사 부분이 없더라도 A사에 공사 일부인 지장철탑 이설공사를 분리해 도급했다”며 한전을 도급 사업주로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선박부품 제조회사 C사는 지난해 9월 D사에 공장 지붕 보수 작업을 맡겼다. D사 소속 노동자는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검찰은 C사가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C사 대표를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C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3단독(판사 김용희)은 “공장 지붕·벽체 보수 공사는 선박부품 제조회사인 C사의 고유생산설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울산지법 판결을 정리하면 건설공사가 원청 사업의 일부이고 공사가 원청 사업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이라면 발주자는 도급인에 해당한다. C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D사에게 맡긴 작업이 C사의 본질적·필수적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전 전봇대에서 고객까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배선작업을 하다 숨졌다. 배선작업은 한전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을 도급인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한전이 주도하지 않고서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도 한전을 도급인으로 봐야 하는 이유에 해당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류호정 의원실(정의당·비례) 관계자는 "한전이 발주처에 불과하다면 발주 후 관여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는 한전이 소유하고 직접 관리하는 개폐기 작업을 하다 감전돼 사망했다”며 “작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관여했다면 도급인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한전을 도급인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에 회사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조사를 기다리겠다”며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 9일 기자회견 때 입장을 밝힌 것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