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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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 기조 강화, 인플레이션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또 미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로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절하되고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내 경제는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의 영향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구루 '워런 버핏'은 1999년 포춘 기고문에서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금리를 뽑았다. 금리의 영향은 마치 중력처럼 항상 작용하고 있으며 금리의 상승은 모든 투자를 위에서 짓누르는 거대한 힘과 같다고 표현했다.

위험이 없는 것과 같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간다는 의미는 다른 모든 투자안의 가격이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와도 같다. 긴 기간 저금리의 세상에 살던 우리는 마치 달에서 지구에 온 사람처럼 금리라는 중력의 무게를 경험하게 됐다.
[고수칼럼] 금리라는 중력 거스르려면… 수익률 재평가해야

현재 금리는 어느 단계에 있을까?

미 노동부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7.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7.9%)는 물론 전월(8.2%) 수준을 밑돌면서 물가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미 연준이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5%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올렸으며 경기 둔화와 높은 물가의 이중고 속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를 고려해 향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금리라는 중력의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장은 반복되는 긴축과 확장의 역사를 통해 성장해왔지만 지금이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초입인지 또는 위기 극복의 순간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단지 우리는 마치 달에서 귀환한 우주비행사처럼 금리라는 중력이 어색할 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1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6조2000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 폭은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저축성 예금으로의 자금이동으로 수시입출식예금은 2022년 1~10월 96조8000억원 감소했다.

부채라는 짐이 무거울수록 금리라는 중력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도 금리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의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가계와 기업의 무거운 짐을 들어줄 정부가 과거보다 더 큰 부채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당분간 가계, 기업,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상황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지 않도록 질서정연하게 부채라는 짐을 나눠 들어야만 한다.

금리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그렇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수익률을 재평가해야 한다.

즉 투자하고 있는 자산이 금리라는 중력을 거스를 만큼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낮은 금리에서 과도하게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던 자산은 아닌지, 금리라는 비용이 증가함에도 성장하고 있는 국가 또는 회사인지 의심해야 한다.

금리 인상의 강도는 줄어들 수 있으나 과거와 달리 높은 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감내하지 못할 자산의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높은 물가는 실업자, 빈곤층, 고령층에게 가장 심하게 다가온다. 인플레이션은 가장 잔인한 세금이라는 말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추천한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란 국채, 금 등의 안전자산을 편입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자산이 금리의 지배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는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이나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둘째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제는 선진국 국채의 변동성이 더 적다거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는 안전하다는 등의 편견에서 벗어나 투자하는 자산을 상세히 점검해야 한다. 항상 문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차입자가 금리를 높게 제시하는 이유는 대체로 더 나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거나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자금을 빌려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에 해당한다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자산도 시스템 위기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시장의 역사를 통해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자. 앞으로도 세계의 정치·경제적인 문제들은 쉽게 풀리지 않고 더 복잡하게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변동성의 확대는 경기 사이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너지·첨단 과학기술·공급망 재구축 등 확실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은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이슈가 되면서 거시적인 경제 상황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금리가 모든 투자를 위에서 짓누르는 거대한 힘과 같다는 워런 버핏도 포트폴리오에 저평가된 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다만 높은 물가와 경기침체는 영구적이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비관적일 때 준비된 투자자에게 기회는 온다.

세계가 고금리의 뉴노멀에 적응하는 과정 속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투자 원칙을 세우고 자산을 적절하게 배분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투자자가 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