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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친환경이라더니 '환경 파괴'… 소비자 기만하는 '그린워싱' 여전
②겉만 친환경 "안돼"… 그린워싱 제재 나선 정부
③'친환경' 간판에만 매몰된 기업들… 투자 없인 '도태'
앞으로는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 전략 수립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계적인 그린워싱 제재 흐름에 따라 기업이 환경성과를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밀 수 없도록 한층 강력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면서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올해 그린워싱 관련 법안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의 관행을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그린워싱' 제재, 세계적 추세
그린워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영화·연극 등에서 백인이 흑인 역할을 맡아 흑인의 존재감을 지우는 용어인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을 합친 신조어다. 말 그대로 기업이 사업 운영이나 제품,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 이점을 과장하거나 잘못 표현해 환경성과를 부풀리고 친환경적으로 오해하도록 마케팅 하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 경영 기조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그린워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주요국은 그린워싱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새로운 소비자 의제'를 통해 '에코라벨' 제도를 규정했다. 에코라벨은 정부기관이나 국가가 인정한 공인기관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친환경성을 인증해주는 표시를 말한다. EU는 ▲그린 ▲에코 ▲친환경 등의 단어를 앞세운 제품들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친환경이란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규제하는 법안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법을 위반할 경우 허위 광고를 통해 발생한 경제적 이익을 회수하고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유럽의회와 각 회원국의 동의를 거쳐 상반기 내로 추진될 예정이다.
영국은 2021년 9월 발표한 '친환경 주장 지침'에서 기존 '소비자 보호 규정'이 규정한 허위·과장 정보 기준과는 별도로 친환경을 주장할 경우 뒷받침할 증거, 객관적이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8월 '기후변화를 위한 투쟁에 관한 법률'에서 상품·또는 서비스의 친환경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친환경으로 홍보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그린워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최근 발표한 '자원순환·기후 분야 업무계획'을 통해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올 상반기 중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친환경'이나 '무독성' 같은 포괄적 표현으로 규정을 위반하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구을)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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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허위 친환경 손본다
현행 환경기술산업법은 '제조업자·제조판매업자·판매자는 제품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기만·부당비교·비방 표시·광고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를 위반하면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차원의 과징금이 규정돼 있지만 '규정 위반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고의성 입증도 어려워 단순 부주의에 따른 행정지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정부는 그린워싱 마케팅을 근절하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기업의 환경성과와 관련, 홍보·광고 문구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 녹색산업혁신과 관계자는 "2월 중으로 환경 전문가·산업계·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공동작업반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며 "월 1회 이상 회의를 통해 세부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인체 무해', '안전성 입증' 등의 광고에 대해 증명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신용평가사가 ESG 채권을 인증평가할 때 판단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엔 ESG 채권 발행 후 자금사용 검증을 포함하도록 해 해당 채권이 실제 ESG 목적에 맞게 집행했는지 확인이 가능, 그린워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성준 의원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선 기업들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부가 신속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가이드라인의 준수 여부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공표해 사후관리 또한 철저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경영 전략 과정에서 그린워싱 이슈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그룹장은 "국내기업들은 제품·서비스, 프로세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그린워싱-ESG워싱에 대해 명확히 알고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그린워싱 해당 여부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검토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