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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경조휴가와 경조금을 지급하고 외조부모 사망 때는 이를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A기업 대표에게 외조부모 상사 시에도 경조휴가·경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B씨는 A기업이 직원의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경조휴가 3일을 부여하고 경조금 25만원을 지급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친가와 외가 등 가족상황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A기업 대표는 인권위에 "회사의 자체 인사위원회 의결에 따른 것"이라며 "직원에게 경조휴가를 부여하고 경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복리후생 차원의 조치이고 외가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재 관련 규정을 개선할 계획은 없으나 추후 근로기준법 등 관련 내용을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A기업의 이러한 규정에 대해 '가족 상황 및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768조는 직계혈족을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으로 정의하고 민법 777조는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등으로 규정한다. 모계 혈족인지 부계 혈족인지 여부는 구분하지 않는다. 즉, 외조부모를 친조부모와 다르게 취급하는 행위는 부계 혈통주의 관행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률상 조부모는 외조부모와 친조부모 모두 해당하며 이들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에는 서로 부양 의무가 있다고 규정했다.
인권위는 "외조부모를 친조부모와 달리 취급하는 행위는 부계혈통주의 관행으로 합리적인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관행은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 분담에 대한 의식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부계 혈통의 남성 중심으로 장례가 치러질 것이라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차별"이라며 "헌법 제11조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회사에 조부모 사망 시 경조 휴가와 경조금 지급 규정에 외조부모를 포함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