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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23년째 고정된 국내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VB처럼 금융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도산할 경우 예금자들이 돈을 날릴 우려가 커져서다.
14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는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모든 예금주를 보호한다고 밝혔다. FDIC 보증 한도 25만달러(3억2600만원)를 넘는 계좌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는 뜻이다.
232조원 전액 보증… 바이든 "예금 찾을 수 있다고 확신"
지난해 말 기준 총예금이 1754억 달러(약 232조원)에 달했던 SVB는 미국 내 16위다. 그러나 재정 위기가 드러난 지 이틀 만인 10일 파산했고 예금 보장 상한액(25만 달러·약 3억2600만원)까지 인출이 가능해 이보다 많은 금액을 예금한 은행 고객 대부분(96%)이 예금을 동결될 것으로 예상됐다.스타트업 경영난과 은행권 연쇄 파장이 우려되자 미 금융당국이 SVB 예금주의 예금을 전액 보전키로 했다. 미국은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권 리스크를 초래하면 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도 보호할 수 있다'는 연방예금보험법 조항을 적용했다.
스타트업 연쇄 도산과 금융권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원도 은행업계가 낸 수수료로 조성된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해 미국 납세자 혈세 낭비 논란도 차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과 미국 기업은 필요한 때 자신의 예금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며 "이 난장판 책임자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고 대형 은행에 대한 우리의 감독·규제 강화 노력을 계속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굳게 약속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하는 조치로 논란을 최소화했으나 전문가들은 향후 리스크 확대에 5000만원에 묶여있는 예금자보호법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000만원 예금자보호법, 2001년부터 그대로
예금자보호법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부실화로 인해 정리절차에 들어가면 채무자회생법과 함께 적용된다. 금융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도산 위험이 발생하면 당국은 부실 금융기관 지정, 경영개선 명령, 영업정지, 인허가 취소 등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회복되지 않으면 법원 파산절차로 이어진다.정부는 앞서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금융사 구조조정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예금 전액을 보장하기도 했다. 이후 2001년부터 현재까지 1인 1사 최대 5000만원(세전) 보장이 유지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미국 25만 달러를 비롯해 유럽(EU) 10만 유로, 영국 8만5000파운드, 일본 1000만엔 등 대부분 1억원을 상회한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5736달러에서, 지난해 3만5003달러로 두 배가 넘었지만 한도는 그대로다.
국회에서는 예금 보험금의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금융당국은 한도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예금자 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도 관심사다. 유재훈 예보 사장은 지난 8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예금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원금보장상품의 보호 대상 편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선불 페이머니는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개선안에 이들도 보험 대상에 편입될지 관건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미국의 절반으로만 해도 1억5000만원이 넘는다"며 "지난 20여년간 5000만원 한도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