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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지지자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 2023.9.21/뉴스1 ⓒ News1 한병찬 기자 |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2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는 약 1만명이 모여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가 대부분이었다. 10여분 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명과 울음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거나 눈시울을 붉히는 지지자들이 눈에 띄었다.
슬픔은 이내 분노로 이어져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지지자가 "국회로 가서 수박(비명계 의원 지칭 은어)을 색출하자"고 외치자 질서를 유지하던 집회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격앙된 참가자들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1·6번 출구를 통해 국회로 진입하려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국회의사당역 1번과 6번 출입 셔터는 내려졌으나 지지자 200여명이 밀치고 경찰이 막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60대 남성은 경찰관을 때린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공무집행 중인 경찰의 방패뿐만 아니라 머리채를 잡아당기려 했다. 경찰을 밀쳐 넘어뜨리고 얼굴에 주먹을 들이밀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도 수시로 목격됐다.
이 대표 지지자라면 납득하지 못하거나 흥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아수라장이 돼 치안을 위협하는 집회 시위에 시민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경찰을 폭행하며 공권력을 위협하는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2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투기 저지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했다. 5월에는 노동절 집회 중 경찰이 설치한 안전 펜스를 손괴하고 경찰을 폭행한 민주노총 조합원 4명이 현행범 체포되는 사태도 있었다.
경찰청이 지난 21일 '집회·시위 문화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 방안의 핵심은 불법 행위 우려 시 형사팀을 사전에 배치하고 수사전담반을 운영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뿐 아니라 경찰관의 인적 피해까지 적극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집회·시위가 반드시 차분하고 조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인 2017년 초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던 촛불 시위는 왜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폭력을 불사하던 극우단체 집회는 왜 외면을 받았는지 되짚어야 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3일 국회에서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현직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법원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날도 법원 인근에서 집회가 열릴 것이다. 성숙한 집회 시위는 집회 참가자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흔히 '개혁의 주체'라고 자부하는데, 폭력적인 집회·시위는 '개혁의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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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촛불행동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