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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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중국 등 해외 게임사들이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해 안방에 침투하는 가운데 게임 산업 육성에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열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이용자 보호 등 22대 국회의 게임 관련 의정 활동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22대 국회서 국내 대리인 지정 예고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 사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 사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3월22일부터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규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내 게임사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 부진에 고강도 규제가 더해지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안방을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9조7000억원으로 2022년보다 10.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가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로 10년 만이다.


국내 게임 산업의 역성장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의 세력 확장 탓이다. 중국산 게임은 국내 최구 매출 게임 순위 최상위권을 점령하며 높은 매출을 올리지만 정작 게임 이용자 관리엔 미흡해 이른바 '먹튀'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을 흔드는 중국 조이나이스게임즈의 '버섯커 키우기'의 경우는 국내 뚜렷한 대리인이 없어 유료 상품 환불 등과 관련한 고객센터 대응이 미흡하단 지적을 받았다.

이런 피해가 이어지자 지난해 6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강제하는 조항을 삽입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역차별 규제 이슈 해소를 위해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관련 법안을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해외 업체들은 국내 지사를 두거나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문체부는 지난 1일 열린 브리핑을 통해 "22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구성되는 즉시 해외 게임업체의 국내 대리인 지정 사안을 제1 안건으로 올리겠다"며 "시행령 작업까지 완료되면 해외 게임사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법을 준수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방 깊숙이 파고든 中 게임

최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통합 게임 매출 톱20 내 중국 게임 거래액 비율이 30%를 돌파했다. /사진=아이지에이웍스
최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통합 게임 매출 톱20 내 중국 게임 거래액 비율이 30%를 돌파했다. /사진=아이지에이웍스

국내 대리인 지정이 의무화되면 게임 서비스 중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외 게임사들의 책임 회피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게임사와 국내 게임사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연평균 매출이 1억원 이상인 게임사는 유료로 구매하는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 게임사에는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이후 이행하지 않은 업체의 대다수가 중국 등 해외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등 해외 게임사들의 한국 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게임 업체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외산 게임사에도 동일한 규제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방을 내어주게 될 것이란 위기감도 감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중국산 모바일 게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에서 매출액 상위 20개 게임 중 중국산 매출 비중은 32%에 달했다. 지난 2월 34%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30%를 넘어섰으며 전년 동기(17%) 대비 두배 가량 늘었다.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의 게임 순위 상위권 대다수를 중국 게임이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이 개발한 '라스트 워: 서바이벌'은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누르고 양대 마켓에서 1위에 올랐다. 버섯커 키우기, 중국 센추리게임의 'WOS:화이트 아웃', 중국 호요버스의 '붕괴: 스타레일' 등도 각각 10위권 내에 안착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들이 별다른 규제 없이 국내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