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대학가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5.1.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최근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대학가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5.1.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공의 학생들이 형평성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일정 비율의 등록금 인상을 확정하면서다.

인문·상경계 학생들이 평균 약 350만 원의 등록금을 내는 데 비해 예체능, 이공계 학생들의 등록금은 450만 원대로 평균보다 100만 원가량 높다. 소위 '의치한약수'로 불리는 의학 계열의 경우 한 학기 등록금이 550만 원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K 대학교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성 모 씨(25·남)는 "지금도 550만 원 넘게 냈는데 이제 한 학기에 600만 원이 넘어간다"며 "약대는 6년이라서 졸업까지 최소 7200만 원이 드는 셈이라 부담이 크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성 씨는 "학교 측에서는 학생회에 '타 대학보다 저렴한 등록금'을 인상 이유로 제시했는데 약학대학은 전국 4위 수준"이라며 "인상 비율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대학힉생네트워크 구성원들이 22일 오전 2025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5.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전국대학힉생네트워크 구성원들이 22일 오전 2025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5.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학 '등록금 환원' 대안 제시…재학생은 '불신'


예술계열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형평성에 불만을 제기했다. 성균관대 예술대학 영상학과에 재학 중인 이지아 씨(23·여)는 "이미 타 전공보다 높은 등록금을 내고 있는데 인상 폭이 너무 크다"며 "대학 측이 제시한 '등록금 환원'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일반 학생들이 오가는 통로가 미술학과 작품들의 보관 및 전시 장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영상학과 학생들이 이용하는 장비는 못 쓸 지경이다. 이렇다 보니 '등록금 환원'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대학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부수적인 비용도 문제다. 이 씨는 "졸업작품이나 과제를 위한 비용은 사비로 나간다"며 "학교 측에서 등록금 환원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면 조금이라도 지원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보다 100만 원가량 높은 등록금을 지불하고 있는 이공계 학생들은 동일 비율 인상에 대한 불만에 더해 '형평성 있는 등록금 환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권 모 씨(22·남)는 "성적장학금이 기준이 현재 과별로 다르다"며 "이공계는 상대평가로 인한 경쟁이 심해 어문계열보다 학점을 받기 어려워 더욱 불공평하다"라고 말했다.

권 씨에 따르면 고려대는 학점을 상대적으로 받기 쉬운 어문계열의 경우 학장상(17학점 이상 4.5)을 받으면 전액장학금을 받지만 이공계는 학장상을 수상해도 등록금의 30%만 지급하고 있다.

이번 등록금 인상을 두고 재학생의 목소리가 인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왔기에 대학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재학생 측이 반대해도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등록금 인상에서 학생위원 5인 전원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직원위원 및 전문가위원 6인이 찬성해 2차 조정안이 확정됐다"며 "학생위원 전원 반대에도 이뤄진 등록금 인상에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을 지난달 24일 비대위 SNS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