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가 퀴어영화제 대관을 취소한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를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직위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의 대관 불허 사태와 관련해 전날(13일) 인권위에 진정을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올해 3월 10일부터 극장 측과 대관 일정을 조율하며 협의를 시작했고, 3월 25일에는 대관 견적서를 수신한 뒤 계약금과 잔금 등 납부 일정을 포함해 대관 계약의 모든 협의를 마쳤다"며 "4월 27일 극장 측은 최종 계약서를 조직위로 발송했고 계약서 서명만을 앞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학교 측에 반복적으로 제기된 민원과 '이화의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극장 운영에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극장은 돌연 대관 합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대관 불가를 통보했다"며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혐오 언어이며 시대착오적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극장 측의) 이번 결정은 '기독교 창립이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종교적 가치를 빌려 표현의 자유와 문화 예술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라며 "퀴어영화제라는 개별 행사의 존폐 문제를 넘어 한국사회 전반에 여전히 만연한 소수자 혐오의 구조적 현실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6월 20일 개막 예정인 영화제를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서는 긴급구제가 시급하다"면서 "정보공개청구, 언론 대응, 시민사회 연대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는 "이화는 여성에게 교육의 문이 닫혀 있던 시절, 용기 있게 그 문을 연 학교였다"며 "어째서 이화여대는 성소수자 차별을 통해 세울 십자가라는, 폭력적인 우상숭배의 덫에 걸린 것이냐"고 비판했다.
홍다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졸업생은 "퀴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내모는 폭력은 기독교 정신도, 이화의 정신도 아니다"면서 "이번 퀴어영화제 대관 취소는 오히려 기독교 정신을 빙자해 새로운 세상의 발목을 잡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는 작년 6월 제24회 한국퀴어영화제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밖에도 독립영화나 퀴어 관련 영화를 다수 상영해왔던 터라 이번 대관 취소 소식에 학내에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