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롯데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30)는 21일 오후 국내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2015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10년간의 음악적 변화에 관해 언급했다.

양인모는 "가장 달라진 점은 매주 다른 오케스트라와 음악가들과 함께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라며 "솔리스트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이자, 제 음악을 신선하게 유지해 주는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콩쿠르에 한창 나갔을 때는 선생님께 개인지도 받고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레슨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양인모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세계 클래식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두 콩쿠르 모두 한국인 최초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두 콩쿠르 우승 후 팬들로부터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 '인모리우스'(양인모+시벨리우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화려한 기교에 더해 내면의 성찰을 녹여낸 연주로 주목받으며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미국 카네기 홀 등 세계 무대에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다.


양인모는 오는 7월 5일과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OSR) 공연에서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1918년 창립된 OSR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현악단이자 유럽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손꼽힌다.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특히 프랑스와 러시아 근현대 음악에 강점을 보이는 악단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롯데문화재단 제공)

"어려서부터 좋아한 멘델스존…이제 韓서 선보일 때"

이번 무대에서 그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5일)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6일)을 선보인다.

이 곡들을 선정한 이유를 묻자, "시벨리우스 협주곡은 그동안 여러 오케스트라와 스무 차례쯤 연주한 것 같다, 그만큼 제 역량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멘델스존 협주곡은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인데, 섬세한 성향의 OSR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멘델스존을 무척 좋아했다"며 "독일로 유학 와서 슈만, 베토벤 등 다른 독일 작곡가들 곡은 자주 연주했지만, 슈만은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나만의 해석'으로 한국 무대에서 선보일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무대는 "가장 떨리고 긴장되는" 자리다. "단순히 자란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가진 최고의 음악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무대"라서다. 그를 기다리는 국내 팬들을 생각하면 책임감은 더욱 커진다. 양인모에게 팬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자 동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 때 양인모 모습.(롯데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린, 손이 많이 가는데 늘 보고 싶은 존재"

양인모는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지만 "정작 베를린에 있는 날은 한 달에 며칠밖에 안 된다"며 "내일은 영국으로 가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짧은 '베를린살이' 동안 즐기는 취미는 '요리'와 '당구'라고 했다.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집밥을 먹고 싶어서 요리를 자주 해요. 베를린에는 당구 클럽이 몇 군 데 있어서, 시간이 날 때면 당구를 치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날씨가 좋아 자전거도 자주 타고 쇼핑도 합니다."

전 세계를 누비며 바쁘게 연주 활동을 이어가는 그에게 '워라밸'은 과연 가능할까. "이번 시즌에는 협주곡 연주가 많았고, 그만큼 연습량도 많아 스스로에게 허락한 자유 시간이 아주 적었다"며 "다음 시즌에는 레퍼토리를 지나치게 많이 잡지 않으려 한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주자의 성공 여부를 연주 횟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제게 더 중요한 것은 여러 아티스트들과 맺는 음악적 관계"라고 덧붙였다.

6세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뒤 어느덧 이 악기와 동고동락한 지 25년 가까이 흘렀다. 그에게 바이올린이란 뭘까.

"제게 정말 많은 감정을 주는 도구입니다. 저보다 훨씬 오래 살아왔고, 앞으로 더 오래 살아갈 악기이기에 늘 존중하며 조심히 다룹니다. 손이 참 많이 가는데, 항상 보고 싶죠.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습니다(웃음)."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 양인모' 공연 포스터(롯데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