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2025 세계탁구선수권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를 찾은 한국 탁구 레전드들이 "금메달을 땄을 때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좋았다"면서 "그 성취감을 후배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회가 진행 중인 도하에는 오상은 남자대표팀 감독과 석은미 여자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한국마사회 감독), 유남규 협회 실무부회장(한국거래소 감독),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전 남자대표팀 감독) 등 한국 탁구의 레전드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왕년에 세계선수권에서 환희를 맛봤던 선수들이자,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해 후배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다.
현 부회장은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회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 국제탁구연맹(ITTF)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그는 "예테보리대회 이후 6개월 동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 대회 임팩트가 커서 그런지 이번 도하대회에서 만난 ITTF 관계자와 중국 측 관계자들도 당시 대회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이어 "당시 중국 선수들이 10명이나 출전했는데 이를 다 이겨내고 금메달을 땄던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간절해야 금메달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우리 후배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주길 바란다"도 덧붙였다.

유 부회장은 1988 서울 올림픽과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을 땄고, 1989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땄다.
그는 "당시 현 부회장과 함께 혼합복식 정상에 올랐었다. 이 금메달의 존재 덕분에 3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은 은퇴 이후 코치, 지도자, 행정가로서 와도 여전히 재밌는 대회다. 가끔은 20대 시절로 돌아가 한국탁구에 금메달을 안기는 재미난 상상도 해본다"고 웃었다.
후배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 부회장은 "나는 어렸을 적 선배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웠다.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 무대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야 꿈나무들이 희망을 품고 더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 "과거보다 중국의 강세거 더 커졌지만,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도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목표를 갖고 마라톤처럼 멀리 보며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2005년 상하이 대회 남자단식 동메달을 딴 오 감독은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를 때 느낌이 너무 좋았다"면서 "우리 (대표팀) 선수들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했다.
주 감독은 2003년 파리 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베르너 슐라거(오스트리아)와 명승부 접전을 펼치다 패해 은메달을 땄다. 그는 "아직도 그 때의 아쉬움이 기억난다. 그 대회 영상을 CD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라며 세계선수권이 주는 의미를 짚었다.
이어 "당시 23세에 불과해 세계 정상에 도전할 기회가 더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정상에 닿지 못했다. 시간을 되둘릴 수 있다면 슐라거와 더 치열하게 싸웠을 것"이라면서 "후배들도 지금 세계 무대가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선수권에서 3개의 동메달을 따낸 석 감독은 "난 감각이 뛰어나거나 힘이 기가 막히게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지도자 조언을 흡수한 덕에 메달을 딸 수 있었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노력과 공부의 중요성을 숙지하기를 바란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남겼다.
한편 한국 탁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1개를 기록 중이다. 신유빈(대한항공)-임종훈(한국거래소)이 혼합복식에서 값진 동메달을 땄다.
신유빈은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와 짝을 이룬 여자복식에서도 4강에 올라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