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대표팀 최영일 훈련 단장(왼쪽부터), 탁구협회 채문선 전 부회장, 현정화 부회장, 이태성 회장, 유남규 부회장이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르대학교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5.19/뉴스1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2025 세계탁구선수권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를 찾은 한국 탁구 레전드들이 "금메달을 땄을 때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좋았다"면서 "그 성취감을 후배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회가 진행 중인 도하에는 오상은 남자대표팀 감독과 석은미 여자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한국마사회 감독), 유남규 협회 실무부회장(한국거래소 감독),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전 남자대표팀 감독) 등 한국 탁구의 레전드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왕년에 세계선수권에서 환희를 맛봤던 선수들이자,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해 후배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다.

현 부회장은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회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 국제탁구연맹(ITTF)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그는 "예테보리대회 이후 6개월 동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 대회 임팩트가 커서 그런지 이번 도하대회에서 만난 ITTF 관계자와 중국 측 관계자들도 당시 대회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이어 "당시 중국 선수들이 10명이나 출전했는데 이를 다 이겨내고 금메달을 땄던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간절해야 금메달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우리 후배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주길 바란다"도 덧붙였다.

2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신한금융 한국탁구챔피언십 및 제71회 전국 남녀종합탁구선수권 대회 결승전에 앞서 특별 이벤트 경기를 마친 유남규 감독과 현장화 감독이 손을 잡은 채 탁구 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 감독과 현 감독의 경기는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2017.12.27/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유 부회장은 1988 서울 올림픽과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을 땄고, 1989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땄다.

그는 "당시 현 부회장과 함께 혼합복식 정상에 올랐었다. 이 금메달의 존재 덕분에 3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은 은퇴 이후 코치, 지도자, 행정가로서 와도 여전히 재밌는 대회다. 가끔은 20대 시절로 돌아가 한국탁구에 금메달을 안기는 재미난 상상도 해본다"고 웃었다.

후배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 부회장은 "나는 어렸을 적 선배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웠다.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 무대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야 꿈나무들이 희망을 품고 더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 "과거보다 중국의 강세거 더 커졌지만,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도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목표를 갖고 마라톤처럼 멀리 보며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임종훈, 신유빈이 22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8강 대만 린윈주 - 정이칭과 경기 후 오상은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005년 상하이 대회 남자단식 동메달을 딴 오 감독은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를 때 느낌이 너무 좋았다"면서 "우리 (대표팀) 선수들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했다.

주 감독은 2003년 파리 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베르너 슐라거(오스트리아)와 명승부 접전을 펼치다 패해 은메달을 땄다. 그는 "아직도 그 때의 아쉬움이 기억난다. 그 대회 영상을 CD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라며 세계선수권이 주는 의미를 짚었다.

이어 "당시 23세에 불과해 세계 정상에 도전할 기회가 더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정상에 닿지 못했다. 시간을 되둘릴 수 있다면 슐라거와 더 치열하게 싸웠을 것"이라면서 "후배들도 지금 세계 무대가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선수권에서 3개의 동메달을 따낸 석 감독은 "난 감각이 뛰어나거나 힘이 기가 막히게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지도자 조언을 흡수한 덕에 메달을 딸 수 있었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노력과 공부의 중요성을 숙지하기를 바란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남겼다.

한편 한국 탁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1개를 기록 중이다. 신유빈(대한항공)-임종훈(한국거래소)이 혼합복식에서 값진 동메달을 땄다.

신유빈은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와 짝을 이룬 여자복식에서도 4강에 올라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주세혁 남자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 16강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로써 남자대표팀은 8강 진출팀에게 주어지는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획득했다. 2024.2.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