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세 살 무렵부터 춤을 사랑한 어린아이는 K팝 아이돌이 되기 위해 중학생 때 망설임 없이 한국을 찾았다. 하이브 레이블 중 한 곳인 빌리프랩 소속 그룹 엔하이픈에서 활동 중인 일본 출신 니키(19)의 이야기다. 오디션에 합격해 약 8개월간 연습생 기간을 거친 니키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랜드'(I-LAND)에 출연해 데뷔를 거머쥐었다.
니키는 어린 시절 댄스학원에 다니며 전문적으로 춤을 배웠으나 본격적으로 K팝을 접한 건 한 안무가 덕분이다. 그룹 샤이니 디렉터를 맡았던 안무가를 만나 샤이니 키즈로 발탁된 니키는 2017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샤이니 도쿄돔 콘서트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췄다. 그렇게 K팝을 만난 그는 K팝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들었고, "아이돌을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건너온 니키는 현재 엔하이픈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K팝 아이돌로 거듭났다. 미국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2위(최고 순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미국 대형 뮤직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에 K팝 보이그룹 중 데뷔 후 최단 기간 입성해 주목받았고, 일본에서도 해외 아티스트로는 최단기간으로 대형 스타디움에서 오는 7월 콘서트를 연다.
니키는 K팝 아이돌로 전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만나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제는 고향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더 편안하다는, K팝을 향한 애정과 자신만의 단단한 신념을 유창한 한국어로 가감 없이 전하는 니키를 뉴스1이 만났다.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엔하이픈 니키라고 합니다. 우리 팀은 공식적인 포지션이 없어서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더 춤에 신경 쓰는 멤버 정도로 불리고 있어요.(웃음) 팀에서 가장 어린, 막내이기도 합니다.
-춤 실력으로 유명하죠. 춤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마이클 잭슨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셨는데 그때부터 춤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독학으로 따라 추다가 제대로 배워 보고 싶단 욕심이 생겨서 집 근처에 있는 댄스 학원에 10년 정도 다녔고요. 거기서 여러 장르를 배우게 됐어요. 그때부터 춤이 일상생활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 만나보고 싶은 안무가님이 계셔서 갔는데, 그분이 재능이 있다고 느끼셨는지, 또 운 좋게 그분이 샤이니 선배님 디렉터로 일을 하고 계셔서 마침 샤이니 키즈 댄서를 찾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딱 저를 뽑고, 키 선배님과 어울린다고 해서 맡았었죠.
-샤이니 키즈로 무대에 섰을 땐 어땠나요.
▶샤이니 선배님의 도쿄돔 공연에서 무대 중간에 채우는 역할이라 공연만 했어요. 하하. 한 번만 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그때같이 했던 키즈 멤버들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어요. 작년 연말에 태민 선배님과 같이 무대를 하게 됐는데 태민 선배님 댄서에 샤이니 키즈 친구가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봐서 신기했고, 샤이니 키즈를 통해서 이 한국에서 만났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K팝에도 관심이 있었을까요.
▶샤이니 키즈가 계기가 됐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정도였어요. 그때부터 K팝에 대해 찾게 됐는데, 찾아보니 K팝이라는 장르가 퀄리티가 높아서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이 직업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 오디션을 보고, 바로 결심해서, 아무 고민 없이 바로 (한국에) 왔어요.
-결단력이 대단한데,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춤추는 걸 계속 응원해 주셔서, 제가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포기만 안 하면 된다는 마인드였어요. 단 한 번도 부모님이 반대하신 적은 없어요.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온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인데, K팝 가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제 성격상 100 아니면 0입니다.(미소) 하고 싶은 건 진짜 바로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고 안 하고 싶은 건 안 해요. 극단적이에요. 하하. 그땐 직업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서 지금 안 하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마침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올지 모르니까, 아직 너무 미숙하지만 이 기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와서 연습생 기간 8개월을 겪고, 바로 '아이랜드'에 투입됐어요.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요.
▶연습생 때는 개인으로 연습했고, 규칙상 (다른 연습생과) 얘기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사실 저는 8개월밖에 안 하긴 했지만 힘들었어요. 다른 연습생 보면서 자극받고 하고 싶었는데, 막상 오니까 혼자 해결 해야 하고, 혼자 부족한 점을 찾아야 하고, 아무리 선생님이 있어도 제가 습득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으니까 깰 수 있는 계기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아이랜드' 들어가고 나선 언어의 벽이 더 컸어요. 연습생 때 다른 한국인 멤버와 지냈으면 조금 더 편해졌을 텐데, 학원에만 다녀서는 배울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까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어려워했어요. 그때 제이 형이 (일본어를) 잘하고, 일본인 연습생도 있으니 많이 도와줬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또 ('아이랜드'에서) 다른 연습생 사이에서 춤으로 이끌어줘야 했는데 뭔가 부담감이 있었어요. 제가 티칭하거나 혼자 끌어줬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한국어가 안 됐다 보니 소통이 쉽지 않았어요.
-한국으로 와서 타지에서 생활하는 건 어땠나요.
▶사실 연습생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계속 출근하고 퇴근하고 반복이라서 사실 누구랑 대화를 못 해서 뭔가 그 부분에서 조금 많이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제 데뷔하고 나서는 멤버들이 부모님이 채워주는 부분을 다 채워주니까 그런 부분에서 연습생 때보단 확실히 외로움을 훨씬 덜 느끼는 거고요. 저희가 코로나 때 데뷔해서 몇 년 동안 부모님을 못 봤지만 이젠 일본을 자주 가요. 그래서 일본 갈 때마다 코로나 때 못 봤었던 기간을 대신해서 부모님이 항상 오셔서 괜찮고, 이제는 뭔가 그런 외로움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한국어가 정말 유창한데요, 연습생 때 언어의 벽을 느꼈다고 한 만큼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해요.
▶제가 연습생 시작하고 나서 8개월 동안 이제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체감상 늘고 있단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기본 한글이나 문법은 기본적으로 배우긴 했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이 아니어서, '아이랜드' 들어가고 나서 엄청 힘들어했는데요 '아이랜드' 들어가서 확 늘었어요. '아이랜드'에서는 인터넷을 쓸 수 없다 보니까 파파고도 안 되고 다 안 됐거든요.(미소) 그냥 혼자 알아서 해야 하니까 한국어가 늘게 됐는데, K팝에 관심 생기고 그런다면 한국 사람들 사이에 끼는 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도 모르는 단어라든지 표현이라든지 그런 게 있으면 바로 배우게 돼요. 이걸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어지고, 언어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바로 늘 수 있어요.
-한국 생활은 어떤가요. 좋아하는 한국 문화가 있다면.
▶좋아하는 콘텐츠는, 예능이 너무 재밌어요. 일본이랑은 좀 다른 느낌. 일본만의 예능 재미가 있는데 제가 한국어가 조금 되다 보니까 (한국 예능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한국만의 예능이 좋아서 계속 보게 되고, 추성훈 님 유튜브라든지 그런 걸 웃으면서 많이 봐요. 확실히 예능이나 노래 가사로 한국어를 배우는 게 제일 빠른 것 같아요. 또 한국 음식도 너무 매력적이에요.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현지에서만 볼 수 있는 맛이라든지, 시장이라든지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아요. 한국에 한 5년 정도 살았는데 거의 비슷해요, 일본이랑 편안함이. 하하. 오히려 이제 고향에 안 간지 너무 오래돼서 고향 빼고는 한국이 이제 더 편해요. 그 정도로 익숙해졌어요.
<【물 건너온 아이돌】 엔하이픈 니키 편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