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6년 북중미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48개국 본선 체제'로 진행되는 첫 대회다.
1930년 초대 대회 후 한동안 어수선했던 월드컵은 1954년 스위스 대회부터 16개 국가가 본선에 올라 조별리그를 치르는 방식이 되면서 틀이 잡혔다. 이후 1982년 스페인 월드컵부터 24개국 본선으로 확대됐고, 다시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32개국으로 늘어나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유지됐는데 2026년 또 획기적으로 바뀐다.
욕심 많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작품이다. FIFA는 2017년 1월1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평의회를 열고 현행 32개 국가에서 무려 16국가가 늘어난 48개국 본선 체제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참가국 확대는 인판티노가 2016년 FIFA 회장에 출마할 때 공약이었는데 최초 주장(40개국)보다도 많은 48개국으로 방향을 바꿨고, 질적 하락과 선수 혹사가 우려된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FIFA는 월드컵을 보다 '월드'컵다운 대회로 만들고 세계 각국의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출전국을 늘리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주류인 유럽과 남미는 거세게 반발했으나 실력이 부족해 잔치에 나설 수 없던 아프리카나 아시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여러 나라를 보듬겠다는 말 뒤에 더 많은 수익을 챙기겠다는 '거대 집단' FIFA의 흑심이 있음을 모두 알고 있지만 결국 인판티노의 뜻은 관철됐고 그 새로운 시대가 2026년부터 열린다. 이런 변화와 함께 가장 주목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의 월드컵 본선 경력은 2002년 한일 대회뿐이다.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 자격을 가져 아시아 예선이 수월했던 영향이 컸다. 그 전에도 이후로도, 중국 축구는 자력으로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14억 인구가 늘 시청자로 머물고 있는, 거대 시장이 계속 잠을 자고 있으니 FIFA도 애가 탈 노릇이었다.
'꼼수' '야욕'이라는 비판에도 틀을 바꾼 이유가 중국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중국이라는 나라를 염두에 뒀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48개국 시대'가 열리며 아시아에 할당된 티켓이 8.5장(기존 4.5장)으로 크게 늘었다. 어렵사리 멍석을 깔아줬는데 중국이 또 못나올 판이다.
C조에서 아시아 지역 3차예선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8차전까지 마친 현재 2승6패(승점 6)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최하위 6위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는 3차 예선까지 치러 각조 1, 2위 6개 국가가 본선에 직행한다. 각조 3, 4위에게도 기회가 더 주어진다. 총 6개 팀이 3개 팀씩 두 조로 나뉘어 중립지역에서 풀리그를 펼쳐 조 1위 두 팀이 추가 합류한다. 패자부활전이 또 있다. 각조 2위 팀끼리 경기를 펼쳐 승자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다. "떨어지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그래도 일단 4위까지는 들어야하는데, 그것은 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중국이 계속 헛발질이다. 6월에 2경기가 남았으나 자력으로는 어렵다.
중국은 6월5일 인도네시아와 원정 9차전을 치르고 10일 안방에서 바레인과 최종 10차전을 갖는다. 일단 2경기 다 이기고 봐야한다. 그리고 현재 승점 9점으로 4위인 인도네시아가 최종전에서 일본에게 비기거나 패해야 본선행이 가능해진다. 최종승점이 같아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만, 현재 골득실에서 중국이 인도네시아에 크게 밀려(-7)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국 대표팀은 24일부터 조기 소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우리가 본선에서 즐겨하는 '경우의 수'를 소개하고 있다. 아직은 희망을 말하고 있지만, '생사전'이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듯 상황이 암울하다. 지난달 29일자 시나스포츠에 따르면, 중국축구협회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선수들을 위해 심리 전문가까지 동원하고 있다. 선수들도 팬들도 두렵다.
2017년 1월, '48개국 본선 확대안'이 통과됐을 때 FIFA도 중국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게 다 되는 중국인데, 축구는 아시아 8등도 버겁다.
올해 초, 월드컵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30년 월드컵에 한해 본선 진출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각 대륙의 거센 반발에 지금은 잠잠해졌는데 어쩌면 정지작업이었나 싶다. 48개국 체제에서도 중국이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다면, 정말 지구촌 대잔치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