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11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5년 만에 이라크 원정을 떠난다. 날씨가 무덥고 치안이 우려되는 등 어수선하고 낯선 환경에서 경기해야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의 경험이 절실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3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의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이라크와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9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2경기만 남겨 놓은 현재 4승 4무(승점 16)로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요르단(승점 13), 3위 이라크(승점 12)에 승점 3점 이상 앞서 있어 6월 2연전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11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한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라크 원정에서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짓고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쿠웨이트와 최종전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하지만 35년 만에 떠나는 이라크 원정은 쉽게 볼 수 없는 과제다.
한국의 마지막 이라크 원정은 1990년 2월 바그다드에서 열린 평가전이었다. 그해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 두 나라이ㅡ 경기는 한국 또는 제3국에서만 펼쳐졌다.
현재 대표팀에서 이라크 원정을 경험한 이는 홍명보 감독이 유일하다. 1990년 2월 대표팀에 처음 소집된 홍명보 감독은 이라크 원정에서 자신의 세 번째 A매치를 소화했다.
이라크는 현재 외교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할 만큼 정세가 불안하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방탄 차량'을 준비하는 등 안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선수들에게는 낯선 환경일 수밖에 없다. 황희찬(울버햄튼)은 "2024-25시즌을 마치고 (기)성용이 형을 만나서 이라크 원정에 대한 조언을 들으려고 했는데, 형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 힘든 원정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이라크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부담이다. 이라크축구협회는 이미 6만5000석이 꽉 찰 것이라면서 만원 관중을 기대하고 있다.
까다로운 이라크 원정이기에 아무래도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다행인 점은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재성, 황인범, 이강인(PSG), 조현우(울산) 등 주축 7명이 6년 전 더 까다로운 '평양 원정'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 선수단은 중국을 거쳐 평양으로 이동했고, 인조 잔디에서 경기를 펼쳤다. 더불어 선수단은 숙소에만 머무는 통제된 일정 속에 생중계, 관중도 없는 '깜깜이 경기'를 치렀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선수단을 다잡아야한다. 자칫 이라크 원정에서 승점 획득에 실패한다면 홈에서 펼쳐지는 쿠웨이트와 최종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3차 예선 동안 홈에서 1승 3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9차전에서 본선행을 마무리해야 안방에서 즐거운 출정식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