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화끈한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경기를 지배한다. '안타 기계'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빅터 레이예스(31·롯데 자이언츠)는 조용하고 강하게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레이예스는 11일 현재까지 치른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67경기에 출전, 0.348의 타율에 96안타 8홈런 5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1 등을 기록 중이다.
홈런 선두 르윈 디아즈(삼성·24개)나 2위 오스틴 딘(LG·19개)처럼 홈런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타자는 아니지만, 레이예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안타 생산 능력은 독보적이다. 현재 96안타로 리그 1위인데, 2위인 디아즈와 문현빈(한화·이상 76안타)에 무려 20개 차이로 앞서 있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202안타를 때리며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서건창(KIA)이 2014년 넥센(현 키움) 시절 기록했던 201안타를 한 개 넘어선 것이었다.
아직 섣부른 판단이긴 하나, 현재까지 레이예스의 안타 페이스는 지난해보다 빠르다. 67경기에서 96안타를 기록 중인 레이예스의 페이스를 144경기로 환산하면 206안타가 가능하다. 지난해 자신이 세운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엔 타격감에 물이 올랐다. 최근 8경기 연속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에, 이 기간 타율은 0.606(33타수 20안타)에 달한다.

'몰아치기'는 레이예스가 가진 특별한 장점이다. 그는 올 시즌 출전한 67경기 중 32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 부문 리그 1위로, 2위 문현빈(23경기)과 많은 격차를 보인다.
홈런이 적지만, 그렇다고 '똑딱이'는 아니다. 96안타 중 2루타가 24개로 이 부문 리그 1위이고, 2루타 이상의 장타 개수가 32개로 디아즈(37개)에 이은 2위다. 두 자릿수 홈런에 많은 2루타를 때려내는, 전형적인 '중거리형' 타자다.
찬스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지난해 득점권 타율이 0.395로 2위였는데, 올 시즌도 0.377로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KT 위즈전에서도 2-3으로 뒤지던 8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KT의 '철벽 마무리' 박영현을 무너뜨리며 팀의 3위 재도약을 이끈 귀중한 결승타였다.
레이예스의 또 다른 가치는 '내구성'이다. 잔부상이 없어 모든 경기에 출전하기에 전력에서 이탈할 일이 없다. 지난해에도 144경기 전 경기를 뛰었고, 올해도 현재까지 결장이 한 번도 없었다.
한때 선두까지 넘보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롯데로선 레이예스의 꾸준한 활약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선발진의 안정화 등 전력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레이예스를 필두로 한 타선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