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연금술은 사이비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이 나왔다. 부산대학교 화학과 최정모 교수가 연금술이 과학으로 발전해 온 과정 그 자체가 화학의 역사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짚어낸 ''알-케미아'를 펴냈다.
최 교수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기술부터 중세 유럽과 이슬람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연금술이 단순한 금속 변성의 기술이 아니라 치밀한 실험과 관찰, 복잡한 이론으로 구성된 과학이었다는 사실을 고증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석회와 황, 식초를 섞어 색이 변하는 과정을 실험하고 금속 조각을 변화시키는 기록은 오늘날의 실험실에서도 재현 가능하다.
그럼에도 '연금술'은 18세기 라부아지에의 산소 이론과 주기율표의 등장으로 조롱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특히 로버트 보일과 아이작 뉴턴이라는 두 과학 거인을 조명한다. 보일은 연금술적 이론에 기반해 금속을 변성하려 했다. 뉴턴은 연금술 노트를 수천 페이지나 남기며 실험을 반복했다.
뉴턴의 광학 실험 역시 연금술의 분석-합성 기법에서 착안된 것이었다. 근대 과학이 연금술과의 결별이 아니라 연속선상에서 출발했음을 이들의 사례를 통해 강하게 부각시킨다.
화학은 '이름 짓기'와 '수학화'를 통해 권위를 획득했지만, 그 이면엔 여전히 연금술의 실용주의가 깔려 있다.
현대 화학자들도 원자의 실재 여부에 대해 논쟁하며, 실험 결과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복잡한 이론보다는 단순한 모델을 선택한다. 이처럼 '쓸 수 있는 이론'을 중심에 두는 실용주의는 연금술의 핵심 철학이기도 하다.
'알케미아'는 이 같은 통찰을 바탕으로 연금술과 화학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연금술은 실패한 과학이 아니라, 다른 언어로 쓰인 과학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저자는 말한다. "연금술사는 과거의 화학자이고, 화학자는 현대의 연금술사다."
△ 알-케미아/ 최정모 씀/ 바다출판사/ 2만 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