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 출신인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하이브와의 주주간계약 해지 소송에 증인으로 나서 5시간동안 울분을 토했다./사진=오케이 레코즈 제공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의 주주간계약 해지 소송에 증인으로 나서 5시간 넘는 시간 동안 울분을 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지난 27일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및 민희진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청구 소송 세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민 전 대표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진행했다.


신문에서 민 전 대표 측은 방 의장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민 전 대표는 입사 초기부터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독자 레이블 설립을 원했다. 하지만 방 의장은 쏘스뮤직 소속 연습생 활용을 이유로 쏘스뮤직과의 협업을 요구했다.

민 전 대표는 "방 의장과 실갱이가 있었다"며 "나는 다른 레이블보다 내 레이블로 시작하고 싶다고 했지만, 방 의장은 '쏘스뮤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3자 코웍(협업)을 하는 것'이라며 설득했다"고 밝혔다. 방 의장이 제안한 '3자 협업'은 방 의장이 음악, 민 전 대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쏘스뮤직이 매니지먼트를 맡는 구조였다.

민 전 대표는 "쏘스뮤직 연습생 수준에 대해서 실망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는 "연습생들을 봤는데 데뷔시키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딱 한 명만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며 "이 걸그룹을 다른 레이블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토로했다. 이는 민 전 대표가 쏘스뮤직의 유망 연습생을 가로챘다는 하이브 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갈등은 데뷔 시점이 다가올수록 증폭됐다. 하이브 측은 사쿠라, 김채원 등이 포함된 쏘스뮤직의 차기 걸그룹(르세라핌)을 민 전 대표가 준비하던 팀(뉴진스)보다 먼저 데뷔시켜야 한다고 통보했다. 박지원 당시 하이브 대표는 민 전 대표를 불러 "민희진 걸그룹으로 홍보했던 팀을 쏘스뮤직 차기 팀으로 데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대중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고 나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 전 대표는 박 대표에게 "너희 양아치냐. 몇 년 동안 나를 속인 거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박 대표는 "나도 난감하고,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하이브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민 전 대표는 쏘스뮤직과의 협업을 중단하고 어도어를 설립해 독자적으로 뉴진스를 데뷔시켰다. 민 전 대표는 "쏘스뮤직 차기 팀으로 하라고 하면 나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진짜 나쁜 짓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박 대표에게 따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 어도어를 하이브에서 독립시키려는 계획을 수립했는가, 외부 세력을 만나 독립을 논의하고 다녔냐는 하이브 측 법률대리인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문제를 다시 제기하며 뉴진스 부모들과 함께 항의했던 과정도 언급했다. 그는 뉴진스의 폭발적 성장을 언급하며 "뉴진스가 작년 팬미팅으로 도쿄돔에 입성한 건 역사적이었다. 그런 팀을 만든 자회사 대표를 자르는 건 비상식적이다"라며 "지옥 같았는데 뉴진스 때문에 견뎠다"고 오열했다. 또한 "나는 잘못도 없고 투명하게 경영했다. 해임당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진스를 (하이브에서) 데리고 나오겠다'라는 메신저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하이브의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당시 네이버 퇴사자 분들이 제가 하이브와 갈등을 겪고 피곤해하는 걸 알아서 위로해 주는 자리를 가졌다. 저의 하소연을 듣다가 '희진님 힘들겠네요. 계약 못 깨냐. 못 나오냐'고 물어서 '계약을 어떻게 깨냐. 방법이 없죠. 괴롭힘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한 거다. 카톡으로 보내면 뉘앙스가 달라지지 않겠나. 편하게 쓴 거다. 공문서도 아니고 카톡 대화일 뿐이다. 회사에 불 지르고 싶다고 하면 다 방화범이냐. 이 상황까지 온 게 어이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뉴진스가 (어도어와) 계약해지를 해서 저한테 이득 될 게 뭐가 있냐. 가만히 있으면 풋옵션 행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속계약 해지가 하고 싶다고 쉽게 되냐. 하이브 너무 싫었지만 책임감으로 붙어 있으려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