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관련 당내 갈등을 빚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각자의 입장을 전했다. 사진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뉴스1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관련 당내 갈등을 겪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봉합에 나섰다.

지난 11일 뉴스1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둔 의원총회에서 "불협화음은 상대(국민의힘)에게 이로움만 준다"며 "앞으로 우리가 잘할 일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이어 "정치하는 사람, 국회의원은 선택과 판단, 결단을 많이 하게 된다"며 "협상 당사자들은 피를 말리며 협상을 진행했을 텐데 협상하신 김병기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부대표 수고하셨다"고 전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여야가 협의한 3대 특검법이 하루 만에 파기된 후 김 원내대표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당내 갈등이 이어지자 우선 봉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원내대표도 의원들을 향해 "실시간 협상 과정을 의원들과 공유 못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독자 협상은 없고 앞으로 더 공유 잘하고 조심조심 유의하겠다.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SNS에 게시글을 올릴 때 원내지도부에 확인을 정확히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존 발의했던 3대 특검법 개정안은 연장 기간(30일)에서 특검 준비기간 등을 제외했기 때문에 원안과 수정안은 2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여야는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데 협의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설치법에 협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도 달랐다"며 재협상을 지시하면서 협의가 파기됐다. 정 대표는 당내 강경파와 강경한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번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재협상을 지시한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원안대로 수사 기간과 인력을 늘린 3대 특검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정 대표는 본회의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바람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늘 처음처럼 오직 민심, 오직 당심만 믿고 갑니다"며 "민심을 이길 자는 없습니다. 내란 청산은 멈출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 전체의 요청으로 뜻을 모아 마련한 법안"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내 투톱인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충돌이 자칫 당정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는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공유하고 있다"며 "당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조율을 거쳐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