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직원이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이날 당정대(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는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대 협의회를 열고 금융위원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이번 이재명 정부 조직개편안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사진=뉴시스

"43일의 악몽이 끝났다. 이럴거면 왜 조직을 괴롭혔는지 모르겠다. 정부조직법 수정안이 나와야 안심할 것 같다."

25일 정부와 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당국 조직개편' 내용을 제외키로 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금융위는 조직 해체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한편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당정은 이날 국회 회동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여야 대립으로 필리버스터는 물론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분열 소재가 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원을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했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가 흡수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가 맡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일단 금융 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한 내용은 일단 철회한다는 것이 당정대의 복안이다.


한 의장은 "금융위를 금감위로 개편하고 금융위가 현재 갖는 국내 금융 관련 내용을 재정경제부로 넘기려 했으나 이를 원위치 시킨다는 것"이라며 "야당의 문제제기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정부 조직 개편을 신속히 처리해 정부 조직 안정이 긴요하나, 여야 대립으로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경제 위기 극복에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데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당정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8월13일 국정위 발표 후 43일만에 철회… 금소처 기능 강화 검토

당정이 금융감독 개편 백지화를 선언하자 금융권 안팎에선 허탈감과 안도감이 뒤섞였다.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자 금융위와 금감원은 1급 간부 임원들이 전원 사표를 냈고 내부 직원들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지속됐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전날 국회 앞에서 야간 집회를 여는 등 내홍이 이어졌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금융감독 개편 작업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했으나 당정의 결정에 조직이 해체될 위기를 넘겼다"며 "당정이 합리적으로 현장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는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고 조직이 정상화되길 기대한다"며 "소비자보호 기능 미흡이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였던 만큼 자체 혁신을 통해 정부와 국민에게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직개편을 전면 백지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금감원에서 금소원을 분리하는 방안이 백지화됐으나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과 예산 기능의 기획예산처 분리는 그대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소원 신설을 철회하는 대신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다. 금소처는 금융민원 처리와 분쟁조정, 소비자 피해 예방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현재는 인력·예산이 제한돼 '사후구제'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정책위의장은 "법률 개정 없이 금융감독 체계상 소비자 보호 기능에 공공성·투명성 제고 방안을 우선 마련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당정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