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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에서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의 극단선택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북도교육청이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교육계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청은 사건을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떠넘기는가 하면 서류를 축소·왜곡하기까지 하면서 가해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교육청이 2차 가해의 공범이 됐다"며 "교육청이 아니라 학폭 방관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머니S> 취재에 따르면 경북 영주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던 A양은 지난 6월 교내 행사 중 동급생에게 폭행(일명 '담배빵')을 당한 뒤 성폭행 피해까지 입었다. A양은 즉시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학교는 사건 해결은커녕 오히려 A양을 '문제 행동 학생'으로 낙인찍었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결국 A양은 무책임한 학교 대응과 외면 속에 지난 8월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학교가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며 거리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신체학대 신고를 접수 즉시 교육청에 보고하고 학폭위 결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양의 사망 이후에야 성폭행 정황을 확인해 경찰에 뒤늦게 신고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대응만 내세운 무책임 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무책임은 영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구미의 한 고등학교 1학년 B군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무려 6개월 동안 동급생 6명으로부터 성적 모욕과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구미교육지원청이 학폭위에 제출한 심사 서류에는 피해 기간이 '3월부터 5월'로 축소 기재돼 있었다. 피해 학생의 진술서에는 "8월까지 지속됐다"는 표현이 명확히 있었음에도 교육청은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축소 기록은 가해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학부모와 시민사회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학폭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 역시 "서류 축소, 절차 전가, 무책임 해명은 모두 구조적 무능의 산물"이라며 "교육청의 방관이 피해 학생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교육 현장은 여전히 피해 학생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은 여전히 '절차적 대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근본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학교폭력위원회 제도는 교육청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교육청이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기구 설치와 피해자 보호 중심의 제도 개혁에 나서지 않는 한 '학폭 방관 교육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