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회사 인적분할 승부수가 주목된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안건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순수한 CDMO(위탁개발생산) 회사로 거듭나 빅파마들의 수주를 추가로 따내겠다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승부수가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43.06%)과 삼성전자(31.2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이 74.28%에 달하는 만큼 안건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의 93.0%(1286명)가 출석한 가운데 출석 주주의 99.9%가 해당 안건에 찬성했다.


이번 인적분할로 신설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설립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로 편입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신규 재상장 신청일 전에 추가로 신규 자회사를 설립, 바이오 관련 신사업을 펼칠 것이란 계획도 세웠다. 향후 주요 일정은 ▲분할기일 11월1일 ▲삼성에피스홀딩스 설립 11월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변경상장 및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 11월24일 등이다.

존림 대표가 제안한 인적분할… 고객사 확대 '밑그림'

사진은 '바이오재팬 2025'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김동욱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은 존림 대표 제안으로 추진됐다. 일부 고객사들이 제기한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CMO(위탁생산)를 맡기는 제약사들은 복제약의 일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관련 기술이 넘어갈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별도 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해도 고객사들의 걱정은 여전했다는 설명이다.

존림 대표는는 이날 주총에서 "CDMO와 바이오시밀러 각 사업이 개별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고유의 가치를 투명하게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회사는 사업 본연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며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계기로 순수한 CDMO 회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이해 상충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고객사 추가 확보에 주력하고자 한다. 주요 고객사 범주도 글로벌 톱 20 제약사에서 톱 40으로 확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바이오USA, 바이오재팬,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등 국내외 바이오산업 전시회에 잇따라 참석하며 네트워킹 확대 및 추가 수주 활동에 힘쓰고 있다.


고객사 유치와 수주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도 진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5공장을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인 78만4000리터까지 확대했다. 건설 예정인 6~8공장까지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132만4000리터까지 늘어난다. 이 밖에 일관된 품질의 의약품을 신속히 공급하는 신규 CMO(위탁생산) 브랜드 엑설런스 론칭, 고객사 록인(Lock-in)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신사업 삼성 오가노이드 출범 등도 주목할 만하다.

실적 개선 기대감 '쑥'… 지배구조 개편 우려는 '사전 차단'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CDMO 경쟁력이 강화되는 만큼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연 매출 성장 전망치를 기존 20~25%에서 25~30%로 높였다. 올 1~3분기 수주 금액(5조2435억원)이 전년도 연간 수주(5조4035억원)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별도 매출 2조138억원을 거두며 창사 이래 최초로 상반기 별도 매출 2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 생산시설 확보, 6공장 착공 등 주요 의사결정들이 인적분할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존림 대표는 최근 바이오재팬 간담회에서 "2~3년 전보다는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훨씬 더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 비용 등의 문제로 미국 진출에 미온적이었던 모습과 대비된다. 6공장 착공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등 절차를 밟아 진행할 계획이라는 취지로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전 방지책을 마련했다. 삼성 지배구조는 이 회장→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후 삼성물산이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해 삼성생명이 정리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신고서에 "인적분할 목적에 반하는 지배구조 개편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며 "구조 개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투자자 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