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18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구개발(R&D)과 생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조직을 축으로 한 대대적인 쇄신 인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인사가 단순한 연말 정기 인사를 넘어 체질 개선 성격을 띨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양희원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이 용퇴하고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후임 연구개발본부장을 맡는다.
독일 출신 하러 부사장은 아우디·BMW·포르쉐 등에서 약 25년간 섀시와 전장,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끌었고 애플에서는 애플카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대차 합류 이후에는 GV60 마그마 등 제네시스 고성능 라인업 개발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하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현대차의 외국인 사장은 5명으로 늘어난다. 전동화와 SDV 전환, 플랫폼 통합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속화하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SDV 축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개발을 이끌어온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 겸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 대표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SDV 전략을 주도하던 핵심 인사의 이탈로 향후 조직 재편과 역할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 조직도 교체 수순에 들어갔다. 이동석 현대차 국내 생산담당 사장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이번 인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 사장은 5년 연속 무분규와 최대 생산 실적을 이끈 공로로 2023년 말 사장에 올랐다. 후임으로는 정준철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국내외 공장의 제조 혁신을 이끌어온 생산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룹 싱크탱크인 HMG 경영연구원도 수장이 교체된다. 김견 HMG 경영연구원장(부사장)이 용퇴를 결정했으며 후임으로는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교수의 제자로 글로벌 거시경제와 산업 분석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신설된 HMG 경영연구원이 글로벌 산업·시장 분석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계열사 인사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이보룡 현대제철 생산본부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이 부사장은 냉연·생산기술·연구개발을 두루 거친 철강 전문가로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 등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철강 사업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인사로 해석된다. 현대제철은 최근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에 총 58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사장단 인사에 앞서 일부 조직 개편도 진행됐다. 국내사업본부에서는 정유석 부사장 후임으로 김승찬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제네시스사업본부장에는 이시혁 북미권역상품실장이 전무로 승진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