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APEC CEO 서밋'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유튜브 삼프로TV, 언더스탠딩, 압권 3개 채널 연합 인터뷰를 통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최고경영자) 서밋'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한국 경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APEC 정상회담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APEC 회원국 정상이 모여 많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미중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를 짐작할 가늠자가 될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APEC CEO 서밋은 1700여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보호무역주의 시대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인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날처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자유무역이 회복되기는 어렵다"며 "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수출 중심 경제 성장 공식이 이제는 관세로 인해 통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한일 경제연대 ▲성장지향형 규제 전환 ▲AI(인공지능) 투자 ▲해외 인재유입과 메가샌드박스 등을 제안했다.


한일 경제연대는 경제 블록화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제안이다. 최 회장은 "일본과 협력하면 6조달러(약 8638조8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며 "세계 4위 규모의 경제 블록을 형성해 대외 여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중소기업을 무조건 보호하는 정책은 낡은 방식"이라며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산업별로 핵심 공급망을 강화하고,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AI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현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에 대해서는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이 연상된다며, "양국은 AI 투자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해야 할 투자는 해야 한다. AI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으며 관련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한편 '메가샌드박스'를 도입해 가로막힌 성장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에 메가샌드박스를 만들어 AI 실험장과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해외 인재가 일정 기간 국내에 머무르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린카드' 등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최 회장은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마진이 높은 소프트 상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한식 산업화 등 '소프트머니'를 발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한국 경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이유도 공유했다. 그는 "선친이신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께서는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며 "기업은 단순히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주체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하고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