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GeForce Gamer Festival·GGF) 무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등장하자 환호가 터졌다. 엔비디아의 대표 GPU(그래픽처리장치) 브랜드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을 기념한 이번 행사는 AI 반도체와 미래 산업 협력의 상징적 무대로 기록됐다.


이날 무대에 선 젠슨 황 CEO는 "한국이 e스포츠와 PC 게이밍의 중심이었기에 오늘의 엔비디아가 존재할 수 있었다"며 "AI로 AI를 만드는 시대 그 시작에도 한국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식 치맥을 '세계 최고의 조합'이라 칭하며 "한국의 게이머 문화는 전 세계 혁신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무대에는 정의선 회장도 함께 올랐다. 그는 "앞으로는 차 안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와 로봇 속으로 들어가 더 많은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아는 2019년부터 리그오브레전드 유럽 리그(LEC)를 후원하고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 나우'(GeForce NOW)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젠슨 황 CEO와의 25년 인연을 회상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25년 전 삼성 D램을 써서 '지포스 256'을 만들었다"며 "그때부터 양사의 협력과 우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젠슨은 최고의 혁신가이자 존경받는 경영인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웜 하트(warm heart)' 정이 많은 친구라는 점"이라며 젠슨 황 CEO와 포옹을 나눴다.


행사 전 세 사람은 오후 7시경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젠슨 황 CEO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황 CEO는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며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이번 주에 한국과 관련한 좋은 뉴스가 많다"며 새로운 파트너십 발표를 예고했다.

이날 깐부치킨 앞에는 수백명의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황 CEO는 환호하는 팬들과 셀카를 찍고 직접 인파 속에서 김밥과 음료를 나눠주기도 했다.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은 치맥잔을 부딪치며 '러브샷'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엔비디아는 다음 날 열리는 APEC CEO 서밋에서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기업과의 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공식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