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의 차세대 칩 개발에 있어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의 차세대 칩 개발에 있어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 2025'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그만큼 한국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 메모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엔비디아가) 만드는 블랙웰이나 루빈 같은 차세대 칩을 생산할 수 없다"며 "결국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젠슨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국내에 AI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판매하고 GPU를 되사오는 이른바 '순환 거래' 구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회장은 "GPU를 사고파는 걸 두고 버블이라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며 "메모리를 공급하고 GPU는 돈 내고 사오는 것 투자와 거래는 시장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 화제가 된 '치맥 회동'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의장이었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젠슨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황 CEO는 지난달 30일 15년 만에 방한해 서울 코엑스 인근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했다.

또 황 CEO와의 추가 만남 계획에 대해서는 "젠슨의 일정을 모두 알지는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AI 생태계 경쟁이 국가 단위를 넘어 플랫폼의 경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SK가 어느 에코시스템에 속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쪽에만 설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AWS와 협력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는 리스크를 감당할 생각은 없다"며 "오픈AI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하고 다른 파트너들과도 함께한다. 가능한 한 많은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SK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고 그렇게 할 때 좋은 솔루션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HBM 생산능력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며 "M&A로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 내재화와 자체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SK의 전략 기조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단행된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에 대해 "조직이 충분히 튼튼해질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반도체·AI 등 핵심 사업 중심의 리밸런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최 회장은 "리밸런싱이라고 표현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오퍼레이션(운영)을 얼마나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튼튼해질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최근 급등한 SK하이닉스 주가와 관련해 "주가 목표를 정해놓은 건 없지만 AI 투자가 늘어날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얼마까지 오를지는 저도 모른다. 다만 더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60만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