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침은 주택 공급이 쉽지 않으니, 살던 곳에서 조용히 살라는 것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길 생각이 아니면 주택 구입을 꿈꾸지 말라는 것으로 읽힌다.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고 주거비 부담으로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과도한 부동산 투자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관련 제도를 합리화한다는 이번 대책의 요지다.
내 집은 안 오르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만 오르니 이 같은 정책을 환영하는 이들도 있지만 볼멘소리도 커진다. 국민들이 부동산에 몰리는 것은 조금이라도 덜 불안한 곳에서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다. 경기가 호황이고 급여가 잘 오르면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텐데 현재 상황이 아쉽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목 하에 발표 주체도 헷갈리는 정책이 난발되지만 시장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은 잠시 관망할뿐 다시 요동칠 것이 뻔하다. 잊을만 하면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을 장기적으로 안정화시키기 위해선 기업 규제를 풀어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지방 부동산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해당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자리가 없으니 사람들이 떠나고 부동산 수요는 매년 줄어든다.
지역의 인재들은 일자리가 있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세운다. 영남과 호남의 거점 도시인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소재 주택 가격이 주변 지역보다 비싼 이유도 서울 소재 대학을 보낼 수 있는 학원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구, 광주, 부산광역시에 조그마한 빌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부자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지 건물을 팔아도 서울 강남 소재 국민평형 아파트 하나 살까 말까 한다. 인재뿐 아니라 지역 자본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원정 투자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키기 위한 해법은 지역 경제 활성화다. 강제로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지역으로 내몰지 말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해당 지역에서 수익을 얻게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이 수 개월 지났지만 최우선 과제인 고용창출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하는데, 각종 규제로 기업들의 의욕이 꺽이다 보니 선뜻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
노조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 배상을 제한하고 노동쟁의 개념은 확대됐다.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주 52시간 규제에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추가 상법 개정이 예정돼 있어 대기업을 겨냥한 규제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의 세계 GDP 순위가 13위에 달 할 수 있었던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한 분야에 투자를 지속한 결과다. 대기업과 강력한 오너십은 과거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각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답은 부동산에만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