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감축하는 두가지 안으로 압축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것으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2035 온실가스 감축 목표 65%를 위한 시민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온실가스 감축률 최소 65% 설정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감축하는 두가지 안으로 압축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것으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

당초 정부가 공청회에서 제시했던 안보다 상한선을 높이고 하한선도 높은 안으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은 중기 감축 목표를 현행 '2030년 40% 감축'에서 5년 만에 최대 20%포인트(p) 이상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게 됐다.


NDC는 각국이 설정하는 10년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 한국의 2035년 NDC는 올해 안에 유엔(UN)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간 경로로 NDC를 설정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열리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확정된 목표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발표된 뒤, 유엔에 제출될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당초 제시한 NDC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초기 목표안을 공개하자 두안의 상한선이 모두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한 61%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민사회가 일제히 반발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범위형 목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하한선만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는 데도 상한선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마치 목표치가 높아 보이는 착시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시과천시)은 지난 7일 종합정책질의에서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희한한 형태의 목표 설정"이라며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무려 10%p에 달하는 넓은 범위를 잡았다. 범위형 목표를 채택한 국가 자체가 많지 않은데 가장 폭넓게 설정한 호주조차 이 정도로 넓게 잡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 안이 확정될 경우 하한선인 53%를 기준으로 2018년 배출량인 7억4230만톤(t)에서 향후 10여년 안에 3억4890만t 가량, 즉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한다.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정부 안이 확정될 경우 하한선인 53%를 기준으로 2018년 배출량인 7억4230만톤(t)에서 향후 10여년 안에 3억4890만t 가량, 즉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한다. 전력 부문은 68.8%(2억8300만t → 8830만t), 수송 부문은 60.2%(9880만t → 3930만t)를 감축해야 하며 산업 부문은 최소 24.3%, 건물 부문 53.6%, 폐기물 52.6%, 농·축·수산 27.5% 감축이 목표로 제시됐다.

산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여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해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당초 산업계는 48% 감축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앞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약 2억9100만t) 감축을 약속했지만 지난 6년 동안 실제 감축량은 약 8860만t에 그쳤다.

이는 남은 기간 지금보다 두배 이상 빠른 감축을 요하는 데, 2035년 목표는 이보다 더 가파른 과제가 된다. 기업들은 "저탄소 공정 등 설비 투자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에는 목표가 지나치게 높아 결국 생산 감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반면 시민사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 머물러 있는 만큼, 과감하고 전향적인 에너지 전환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전력 생산에서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꼽히는 재생에너지 확대도 지연되면서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8개 회원국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5.84%로 한국이 2038년까지 세운 목표를 웃돌고 있다.

정부의 목표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국의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를 보면 유럽연합(EU)은 55.0~63.4%, 영국은 66.9%로, 모두 한국의 하한선(53%)보다 높다. 기후시민단체 '플랜 1.5'는 "정부가 상한이 아닌 하한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왔다"며 "이는 전 세계 평균 감축 경로(61%)에도 미달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