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코스피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평했다. 사진은 김 센터장. /사진=이예빈 기자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분석하며 'AI(인공지능) 버블론'은 시기상조라고 평했다. 코스피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시각이다.

김 센터장은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서 '40년 만의 상승장 진입 - 내년 주식시장 및 반도체 전망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코스피는 43년간 횡보장이었다"며 "대세 상승장은 1985년 급등, 2003년 급등해 평균 상승 기간 3년 이상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도가 한국 증시 50년 역사의 3번째 상승장이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밸류에이션과 기업 이익 증가의 영향도 있지만 김 센터장은 한국 증시 상승장 요인을 '달러 약세'로 꼽았다. 달러 약세가 시장 밸류에이션 멀티플(Valuation Multiples) 확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기업의 시장 가치를 주식, 영업이익, 매출 등 다양한 재무 지표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거나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달러 약세는 1985년, 2000년 초반 진행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985년 0.52배에서 3배 상승했고, 2000년 역시 PBR 0.65배에서 3배 이상 상승했다. 그는 "이번에도 코스피 PBR이 0.78배부터 상승하고 있는데, 코스피 5000포인트는 1.67배 수준"이라며 "따라서 코스피 5000포인트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가 약세 장기화 역시 시장의 긍정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그는 "유가 약세화되면 화학 업체 마진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동시에 유가 최종 투여처인 IT(정보기술) 제품 수요 자극 요인"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제시한다고 한들 기업의 이익이 늘지 않으면 시장 오를 수 없다"며 "올해 코스피 전체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7조원 증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증가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4조원으로, 반도체가 60%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AI 버블론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다. 1999년 '닷컴 버블'과 M9 밸류에이션·실적의 차이가 있고, 미국 정부 통화 정책 기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닷컴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60배, M9 기업의 평균 PER은 30배로 절반 수준이다. 닷컴 버블 시절엔 금리인상, 현재는 금리인하 기조다. 더불어 1999년엔 미국 정부 재정이 흑자였으나 현재는 아니다.

김 센터장은 "내년 빅테크 업체의 설비투자가 꾸준히 늘어나 우상향할 것"이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고성장을 예상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는 반도체 주가 조정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업체 이익이 증가해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조정 없는 상승은 없다"며 "건전한 조정을 거쳐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반도체 업체에 대한 장기 성장이 예상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