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설전을 벌였다. 사진은 지난 2월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왼쪽)과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오른쪽)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 관련 지시 여부를 놓고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설전을 벌였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1심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그간 헌법재판소 등에서 서로를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방첩사에서 체포 명단을 갖고 활용하는 데 지원을 요청한다"면서 위치 추적을 요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증언과 관련해 "위치 추적은 영장 없이 안 된다. 여 전 사령관이 그 말을 했을 때 '이 친구, 완전히 뭘 모르는 애 아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홍 전 차장은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사령관이라는 놈이 수사의 시옷 자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걸 시키고 여 전 사령관은 지시받아 이런 걸 부탁한다는 게 연결이 안 되지 않느냐"고 거듭 추궁하자, 홍 전 차장은 "그러면 여 전 사령관이 독자적 판단으로 체포하려고 한 거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이 "그 이야기는 계속했다"며 말을 끊자, 홍 전 차장은 "그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위 내용을 재차 질문하자 "대통령이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 일개 군사령관이 이재명 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여당 대표를 체포·구금하고 신문하겠다고 하겠느냐"며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피고인, 부하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 여 전 사령관이 왜 그런 요청을 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수사를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라고 하자, 홍 전 차장은 "평소 같은 합법적(상황)이라면 영장이 필요하겠지만 비상계엄이 발령됐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는 게 이미 탈법적 상황이지 않느냐"며 "탈법적, 초법적 상황이기 때문에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계엄 당시 "싹 다 잡아들이라"는 윤 전 대통령 발언을 놓고 대립하기도 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 방첩사 수사관이 50% 이상 줄었기 때문에 방산에 대한 방첩 대응이라든지 이런 게 부족해 국정원이 많이 도와주라는 얘기를 정무 회의에서 들어봤냐"면서 "대공 수사권 이런 이야기는 국정원이 (방첩사의) 콘트롤타워로서 좀 확실하게 지원해 주라는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란 생각 못했냐. '방첩사 역량 보강 좀 해라' 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받아들이진 못했냐"라고 홍 전 차장을 향해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싹 다 잡아들이라는 얘기는 누구를 잡아들이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말도 안 썼고, 반국가단체라는 말도 안 썼는데 내 계엄 선포 담화문을 보고 잡아들이라는 얘기를 반국가단체로 이해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반국가단체는 대공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거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 전 사령관이 제게 소위 체포조 명단을 불러주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이 반국가단체는 아니지 않나"고 답했다.

내란 재판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26일 기소된 이래 약 1년 만에 변론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선고는 결심공판 이후 한두 달 걸릴 것을 감안해 2월 중순 법관 정기 인사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