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열린 '울산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스1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 특별법(석화특별법)이 지난 21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오는 27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면서 정부의 석화업계 금융 지원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3조 원대 정책자금과 1조 원 규모의 사업구조 전환지원금을 편성했지만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 승인 조건이 있어 사실상 집행되지 못했다.

24일 정치계와 재계에 따르면 석화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정부는 사업 재편과 고부가(스페셜티) 전환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의 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특별법 제6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제7조는 규제 특례 적용을 명시했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석화업계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업구조 전환지원금과 관련해) 기재부 요청으로 마련됐지만 기활법을 근거로 해야 해 석화기업 이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소 석화기업 일부는 기활법 승인을 받았지만 대기업은 지난 5년간 승인 사례가 없었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특별법이 최종 의결될 경우 기활법 승인 절차가 한층 용이해질 전망이다. 법안에서 사업 재편 정의를 기활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사업 전부·일부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사업 재편으로 보고 있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석화업계의 자구안 마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8월 국내 석화업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에틸렌 270만~370만 톤 감축과 스페셜티 전환 등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 간 협의를 거쳐 내달 말까지 자구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대산 산업단지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사실상 통폐합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법안 적용 시 부족한 자금은 정책금융으로 보완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상 독점 지위 적용도 특별법에 따라 예외가 가능하다.

기업 간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력 구조조정 우려도 정부가 일부 해소했다. 특별법 제14조는 석유화학 사업자의 사업 재편·과잉 설비 해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과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정부 지원 내용을 담았다. 또한 사업재편을 신청한 기업은 기활법 제9조 6항이 규정한 것에 따라 사업재편 신청기업이 기업결합신고서류를 함께 제출한 경우 최대 60일 이내 심사를 해야해 신속한 재편이 가능해진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오랫동안 국내 석화업계의 구조적 과제로 지적돼온 스페셜티 전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별법은 스페셜티 전환에 필요한 정부·지자체 금융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제12조를 통해 석화산업 핵심 전략기술을 다른 산업보다 우선해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핵심 전략기술은 석화산업의 고부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기술을 의미한다.


스페셜티 전환 과정에서는 정책금융 외에 세제 혜택도 적용된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규제도 전방위적으로 완화된다. 산업단지 개발, 생산시설 신·증설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를 통합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고 불가피한 환경 기준 초과 사례에 대해선 대통령령으로 정한 특례 적용이 가능하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법적 근거를 갖춘 점에는 환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자구안 실행에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폐합 시 발생하는 인력 구조조정 등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세부 사항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