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이 오는 5일 경기 성남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의 건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 사진은 오스코텍 임시 주총 핵심 쟁점. /그래픽=강지호 기자

오스코텍과 소액주주들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충돌할 전망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 교체를 이끈 소액주주들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도 오스코텍이 제안한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오스코텍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간담회 등을 진행했으나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오는 5일 경기 성남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상정된 안건은 ▲정관 변경의 건(발행예정주식의 총수 변경) ▲사외이사 김규식 선임의 건 ▲사내이사 신동준 선임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소액주주들은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오스코텍은 국내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 제노스코를 완전 자회사로 품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4000만주인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5000만주로 늘린 뒤 SI(전략적 투자자)나 FI(재무적 투자자) 등으로부터 투자받아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스코텍은 수권주식수 확대를 제노스코 지분 매입에만 활용하고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주주가치 희석을 초래하는 일반 자금조달은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오스코텍은 현재 제노스코 지분 59.12%를 보유했다. 나머지 40.88%를 매입하기 위해선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필수다. 제노스코의 가치는 6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오스코텍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 3분기 말 기준 149억원에 그친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오스코텍 주식은 총 3825만8176주로 기존 정관에서 규정하는 4000만주의 95.6%에 달해 정관 변경 없이는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노스코 지분 매입에 엇갈린 시선… 이사 선임도 '충돌'

사진은 지난달 26일 주주 소통 간담회에 참석한 신동준 오스코텍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진=김동욱 기자

주주들은 오스코텍의 제노스코 지분 매입 배경을 의심한다. 제노스코 지분 매입 과정에서 김정근 오스코텍 고문의 아들인 김성연씨가 엑시트하는 등 수혜를 누릴 것이란 우려다. 김 고문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의 반대로 대표이사 재선임에 실패한 인물이다. 그의 아들인 김씨는 제노스코 지분 13%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의 가치가 오르기 전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자금을 아끼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제노스코에 대한 오스코텍의 지배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 수 있는 완전 자회사화가 필요하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외부기관 평가 결과에 따라 제노스코 기업가치가 높게 산정될 경우 제노스코 주주와 오스코텍 주주의 이해 충돌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소액주주들은 우려하고 있다. 오스코텍은 객관적인 제노스코 가치 평가를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평가기관 선정 및 가치평가 의뢰 등 모든 절차를 맡길 방침이다.


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반대가 심하다. 신규 이사 선임은 김 고문 체제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게 오스코텍 소액주주 주장이다. 앞서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사측에 이사 후보를 추천하려 했으나 오스코텍은 법적인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코텍은 신규 이사 후보들이 경영진과 주주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액주주 설득 필수… 신뢰 회복 관건

사진은 지난달 하반기 R&D(연구·개발) 데이에 참석한 윤태영 대표. /사진=오스코텍

오스코텍이 이번 임시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올 3분기 말 기준 오스코텍 최대 주주인 김 고문의 지분은 12.46%에 그친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도 12.67%에 불과하다. 현재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결집한 오스코텍 소액주주 지분(13.57%)이 더 높다.

오스코텍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주소통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반응은 냉담하다. 일명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은 제노스코 IPO(기업공개) 추진, 주주배정 유상증자 강행 등 주주가치 훼손 전력이 있는 탓이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기업가치 재평가 및 주가 상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관 변경 및 이사 선임 안건 반대로 소액주주 의견이 모이고 있으나 주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안건 찬성을 권고한 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국제적 기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여서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주로 참고하는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앞서 이번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주주권익에 부정적 영향이 없고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게 이유다.

신동준 오스코텍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주주소통 간담회에서 "지금껏 주주들과의 소통에 완벽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주주들과 소통을 늘리면서 주주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회사는) 주주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왜 반대하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회사와 주주들이 원하는 방향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