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가 유럽에 이어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다.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중남미 수출 저변을 넓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K2 전차의 모습. /사진=현대로템

K방산 대표주자인 K2 전차가 유럽에 이어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다. 폴란드 수출 성공에 주효했던 현지 생산·기술 이전 방식이 페루에서도 통했다는 평가다. 최근 유럽에서 K방산 견제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남미로 수출 저변을 넓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로템은 지난 9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에서 페루 육군 등과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에 대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지난해 체결된 지상장비 협력 총괄협약과 품목·물량·예산 등 세부 핵심 사항이 담겼다. 추후 이행계약이 체결되면 K2 전차 54대, K808 차륜형장갑차 141대가 공급된다.


현대로템은 페루와 조립공장을 구축하고 생산 공정 일부를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K2 전차와 차륜형장갑차가 페루군에 원활히 전력화될 수 있도록 장비 획득·운용에 필요한 교육훈련과 군수지원도 제공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기술 이전 방식은 폴란드 수출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폴란드 군비청은 현지 업체를 통한 생산과 MRO(유지·보수·정비)를 계약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현지 방산업체 부마르(Bumar)에 전차 조립·생산(MRO 포함) 기술을 이전하는 데 합의, 폴란드형 K2전차(K2PL) 61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페루의 국가 경제와 방산 발전에 이바지할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현지화로 페루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 총괄합의 체결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로템

페루는 중남미에서 국내 방산업체들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국가다. 2010년 방산·군수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육·해·공 전 분야에서 한국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한 한국산 방산물자 규모만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올해 페루의 국방 및 치안 관리와 관련된 예산은 약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로 국방력 증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현대로템과의 합의 역시 육군 지상전력 현대화 계획의 일환이다.

해양 방산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페루와 함정 4척 건조계약(6240억원)을 맺고 현재 페루 시마조선소에서 다목적 호위함·초계함·상륙지원함 등을 공동 건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페루 잠수함 공동 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중남미 방산 시장은 국경 보안 및 치안 강화와 무기 노후화 등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과 러시아산 무기를 수입해왔지만, 러·우 전쟁 이후 두 국가의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한국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서건 한국산 무기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납기와 우수한 기술 품질"이라며 "중남미 국가들이 여기는 친서방의 범위 내에서 한국산 무기의 경쟁력이 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중남미 다수 국가가 노후 전력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향후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럽에서는 '바이 유러피안(유럽산 무기 구매)' 정책 등 K방산을 향한 견제 기조가 심화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도 수출처 확대를 위해 중남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국방부·외교부·방위사업청·코트라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등으로 구성된 '중남미 방산수출협력 사절단'을 꾸려 멕시코·페루·칠레·콜롬비아를 방문, 방산 세일즈 활동을 전개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도 고객사를 다변화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국내 방산시장은 이제 성장기 초입이고, 수출 시장에서 마켓 쉐어를 넓히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