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를 달리는 신차 5대 중 1대가 수입차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테슬라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사상 처음 연간 판매 30만대 시대에 진입했다. 브랜드보다 가격·기술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며 독일 브랜드가 주도해온 시장에 미국과 중국 브랜드가 가세한 다극 체제로 재편된 것으로 관측된다.

3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27만876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늘어 이미 작년 연간 판매량(26만3288대)을 넘었다. 월평균 등록 대수가 약 2만5000대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 기준 연 30만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내수 판매량이 138만1422대로 집계돼 수입차 점유율은 20.2%로 집계됐다.


수입차 시장의 외형 성장은 전기차가 이끌었다. 독일 브랜드 중심이던 시장 판도가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의 가세로 바뀌었다. 테슬라는 올해 1~11월 기준 5만5594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1% 늘었다.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Y를 도입하며 물량을 확보한 데다 기본모델 가격을 약 400만원 인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모델Y는 3만5363대가 팔리며 수입차 차종 가운데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중국 전기차의 존재감도 커졌다. 중국 BYD는 진출 첫해인 올해 소형 전기 SUV '아토3'와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을 앞세워 4955대를 판매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보조금 적용 시 판매가격이 2000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진다. 반면 BMW·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그룹 등 독일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난해 62.7%에서 올해 55.7%로 하락했다. 미국 브랜드 점유율은 16.2%에서 22.8%로 상승했고 중국 브랜드도 진출 첫 해 점유율 1.8%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데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도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지커(Zeeker)와 샤오펑(Xpeng) 등 추가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예고돼 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의 다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수입차 시장은 배타적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차가 좋고 가성비를 갖추면 무조건 사는 구조"라며 "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의 고가대 시장이 형성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