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제공=롯데건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제공=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극복에 성공한 롯데건설이 다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광주광역시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 시공사 지위를 놓고 한양과 대립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광주 서구 금호동,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 규모의 부지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시행사는 특수목적법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SPC'(이하 'SPC')로 2020년 1월 한양 30%·우빈산업 25%·케이앤지(K&G)스틸 24%·파크엠 21% 등의 지분을 출자해 설립됐다.


SPC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을 두고 한양과 비한양파로 나뉘어 갈등을 빚었다. 비한양파 우빈산업이 한양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권을 위임받아 롯데건설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을 주도했다.

롯데건설은 지급보증을 통해 7800억원의 자금을 지원, 지난 9월26일 약 1조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했다. 이후 우빈산업과 K&G스틸 지분 49%에 대한 선순위 채권인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눈앞에서 시공권을 뺏길 상황에 놓인 한양은 롯데건설 측의 행위가 금융사기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근질권을 공동 설정했던 파크엠 지분만 유지한 것은 주식 고의 탈취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10월29일 K&G스틸은 공모·금융사기 혐의로 검찰에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을 고발했다.


롯데건설 측은 "주주 간 분쟁을 종식시켜 사업에 불필요한 잡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러 건의 재판이 얽히면서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총 사업비만 2조10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인 데다 거액의 자금조달을 완료한 롯데건설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레고랜드 사태)으로 불거진 금융경색의 직격탄을 맞은 후 박 부회장은 올 초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펀드 조성에 성공하며 호흡기를 연결했다.

이후 2022년 매입한 2조7700억원 상당의 PF 유동화증권을 연이어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9670억원으로 전년 동기(748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롯데그룹은 1985년 입사해 40여년간 '롯데맨'으로 다양한 성과를 내온 박 부회장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발탁된 지 한 달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올 들어 재계 5위에서 6위로 밀려난 롯데그룹은 계열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위기를 맞으며 연말 정기 인사에선 물갈이가 관측되기도 한다. 롯데건설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며 바쁜 1년을 보낸 박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