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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PO 2차전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 한국전력 서재덕이 서브를 하고 있다. (힌국전력 배구단 제공) 2023.3.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이 맞붙은 남자배구 플레이오프가 매경기 명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1, 2차전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는데, 특히 2차전에선 서재덕(34·한국전력)과 이시우(29·현대캐피탈) 등 명품 조연들의 활약이 도드라져 '봄 배구'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한전은 26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3 V리그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3-2(25-18 21-25 25-18 25-27 18-16)로 이겼다.
1차전에서 무려 158분의 혈투를 벌였던 양 팀은 2차전에서도 153분으로 1차전 못지 않은 혈전을 벌였다. 매 세트가 2점차로 갈렸던 1차전과 달리 3세트까지는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갔지만 4, 5세트에선 듀스 혈투를 벌였다.
역시 가장 빛난 이는 양 팀의 '주포'였다. 한전의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는 무릎이 성치 않은 가운데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팀 내 최다 24점, 공격성공률 50%로 활약했고, 만 24세의 영건 임성진이 23점으로 타이스와 함께 공격을 양분했다.
패한 현대캐피탈도 허수봉만큼은 빛났다. 허수봉은 양 팀 최다 30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남자부 플레이오프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앞선 기록은 같은 팀의 문성민이 2011-12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한전을 상대로 올린 29점이었다.
양쪽의 주포들의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거운 경기였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시선을 빼앗는 '명품 조연'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한전에서는 베테랑 서재덕, 현대캐피탈에서는 이시우가 그 주인공이었다.
서재덕은 이날 11점으로 타이스, 임성진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타이스, 임성진의 '쌍포'가 있기에 득점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득점의 질이 매우 높았다.
1세트에서 4점으로 임성진, 조근호와 함께 팀 최다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끈 서재덕은 5세트에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5세트 팀의 첫 득점을 성공시킨 서재덕은 9-9에서 놀라운 공격을 성공시켰다. 오레올의 오픈 공격을 리베로 장지원이 잘 받아냈고 타이스가 토스를 올렸는데 다소 부정확했다.
통상적으론 이 상황에서 '연타'로 가볍게 공격권을 넘겨주는 선택을 하지만 서재덕은 달랐다. 그는 빠른 발로 뛰어들어가며 스파이크를 날렸고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예상 못한 공격에 얼어붙었다. 마치 개인 시간차처럼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은 공격이었다.
듀스가 이어진 17-16에서 타이스의 디그 이후 세터 하승우의 선택은 다시 한 번 서재덕이었다. 서재덕은 토스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백어택으로 공격을 성공시키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1년 프로 데뷔 이래 줄곧 한전에서만 뛰어 온 '프랜차이즈 스타' 서재덕은 팀의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을 위해 온 몸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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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PO 2차전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이시우가 백어택 공격을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배구단 제공) 2023.3.26/뉴스1 |
이시우 역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187㎝의 다소 작은 신장에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주로 강력한 서브를 무기로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해왔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주포 전광인의 부상에 따라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홍동선과 함께 출전시간을 나눠 가져갔고 2차전에선 4, 5세트를 풀로 뛰었다.
특히 4세트에선 패색이 짙던 팀을 장기인 서브로 구원해냈다. 22-24에서 이시우의 강력한 서브에 한전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박상하가 직접 공격으로 연결했다. 이시우는 곧이어 상대 엔드라인을 정확히 저격한 서브득점을 성공시켜 듀스로 승부를 이끌었고, 현대캐피탈이 끝내 4세트를 잡았다.
5세트에서도 선발 출전한 이시우는 2차례 중요한 득점을 성공시키며 활약을 이어갔다. 이대로 팀이 승리한다면 이시우는 '인생경기'를 펼치며 허수봉 못지 않은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을 버티지 못했다. 16-16 듀스 상황에서 조근호의 서브를 받아내지 못하는 결정적 실수를 범한 것. 이어진 상황에선 리시브를 받은 후 2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고 서재덕의 공격이 네트에 꽂히면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시우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눈물을 보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4세트 이시우의 '시우 타임'이 없었다면 애초 4세트에서 끝났을 경기이기에 누구도 이시우를 탓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