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젊은 보험사 지점장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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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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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경중을 따지긴 어렵지만 타인에게 뭔가를 팔아야 하는 영업직종군이 다른 직종보다 스트레스가 큰 편이다.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합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직군 중에서도 보험사 지점장이 받는 영업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의 꿈은 소위 말해 본사의 ‘영업 갈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특히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점장으로 발령 난 이들은 저녁이 없는 삶에 절망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젊은 지점장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직과 현실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다.

◆영업·설계사 관리에 고달픈 지점장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은 전국 지점별로 영업소를 운영한다. 이 영업소의 장이 바로 지점장이다. 차이점을 살펴보면 은행·증권사 지점장은 100% 정규직이지만 보험사 지점장은 정규직과 계약직이 섞여 있다. 내근형 지점장은 정규직이며 계약직인 사업가형 지점장은 경력이 오래된 보험설계사가 자원하거나 본사로부터 선출된다.

은행·증권사 지점장과 달리 보험사 지점장은 나이가 젊다. 순환보직에 따라 회계·IT(정보기술) 등의 특수부서 직원을 제외한 모든 공채직원이 보험사 지점장 발령 대상이어서다. 따라서 20대 입사 후 30대에 접어들어 지점장 발령이 난 직원이 많다. 이르면 20대 후반에도 지점장이 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지점장 경력은 승진에 있어 필수요소”라며 “현장에서 직접 설계사, 고객과 접촉하며 보험영업 능력을 키우는 것이 승진요소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보험사 소속 A씨(남·34)는 2년 전 본사 총무파트에서 현재의 내근형 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 A씨는 지점의 영업실적을 책임지고 보험설계사와 고객관리, 설계사 모집(리크루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오전 8시에 출근하지만 퇴근시간은 따로 없다. 본사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실적 압박전화를 걸어온다. 업무시간 외인 저녁, 밤에도 전화벨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A씨는 “업무가 남아 야근하는 게 아니다. 실적이 부진하면 늦은 밤에도 압박차원에서 수시로 전화가 오기 때문에 아예 퇴근을 늦게 한다”며 “가끔은 본사 관리직원이 주말에 출근해 회사에서 전화를 걸기도 한다. 본인은 주말에도 출근해 일하는데 실적도 별로면서 뭐하냐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저녁 6시에는 당일 실적과 함께 내일 혹은 다음주, 다음달 월납보험료 실적을 본사에 보고한다. 이 마감보고가 지점장들을 옥죄는 주된 요인이다. A씨는 “마감보고 때면 신경이 곤두선다”며 “본사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실적을 맞추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욕먹기 싫어 자뻑(사비로 계약실적 맞추기)을 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 영업소는 지점별로 월납보험료 목표액이 다르다. 이를테면 지점 월납보험료 목표액이 1000만원일 경우 지점장은 설계사와 본인의 영업실적을 합쳐 이를 달성해야 한다. 정규직이라 실적이 부진해도 해고되지는 않지만 지점운영능력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적당히 하기도 어렵다. A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본사에서 걸려오는 영업 압박전화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메신저 쪽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지경”이라며 “2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라 그만두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젊은 남성 지점장이라면 여성비율이 높은 보험설계사 관리도 어렵다. 억센 설계사 누님들(?) 사이에서 기가 죽지 않으려면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보험사 지점장 경력 3년차인 B씨(남·36)는 “일부 중년 여성 설계사는 나를 친한 동생처럼 만만하게 본다”며 “설계사 관리도 주 업무라 친분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가끔 설계사들과 함께 술자리를 할 때면 취중에 실수라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설계사 모집도 애로사항이 많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설계사 지원자가 크게 줄었다. B씨는 “신규 설계사를 뽑아 본사에 추천해야 하지만 지원자 자체가 적다. 본사는 왜 추천할 설계사가 없냐며 핍박을 준다. 어렵게 뽑아도 한두달이면 그만두는 통에 관리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DB
사진=뉴스1DB

◆영업문화 바꾸려는 노력 필요

보험사 지점장이 애환만 들끓는 직종은 아니다. 일부 지점장은 보통 직장인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 실적이 좋은 내근형 지점장의 경우 기본급과 오버라이딩(실적별 성과급)을 합쳐 억대연봉 수령이 가능하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영업성향이 강한 사람은 오히려 적성에 맞아 천직처럼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이야기다. 내근형 지점장 대부분은 스스로 지원하기보다 순환 보직으로 온 케이스다. 퇴근 후의 삶을 즐기려는 워라밸(워크앤라이프밸런스) 문화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비교적 젊은 지점장들은 영업압박과 홀로 지점을 이끌어야 하는 근무환경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20대 후반에 지점장 발령이 나 올해로 4년차인 외국계 생보사 지점장 C씨(남·32)는 “연봉을 대폭 삭감해서라도 퇴근시간이 보장된 곳으로 이직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본사로 재발령을 희망하지만 기약이 없어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한 보험사는 지점장들의 과도한 실적압박을 풀어주기 위해 마감보고를 없앴다. 하지만 이는 일부 보험사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보험사는 영업소를 통해 ‘옥죄면 나온다’는 식의 영업관행을 고수한다. 영업환경은 더 악화된다. 최근 보험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영업소를 폐쇄하고 있다. 결국 일부 지점장이 구멍 난 매출 메우기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영업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영업압박은 장기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야기해 소비자피해를 양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대면채널영업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보험사들에게 당장 지점 중심의 영업을 바꾸라고 할 수도 없다. 보험사 스스로 영업압박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김정훈 [email protected]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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