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사물과 감정으로 느껴지는 것 중에서 화가들은 무엇을 중요시할까? 미술품을 감상할 때 어떤 작품은 느낌을 우선시해야 하고, 어떤 작품들은 그려진 사물을 보면서 자신의 느낌을 이입시켜야 한다. 느낌이라고 하는 것은 감각이나 마음으로 느끼는 기운이나 감정인데 워낙 다양한 미술품이 존재하다보니 여간 혼란스러운 일이 아니다.



17세기 유럽 회화의 거장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모습을 잘 그린 화가다. 신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에 의한 접근이었다.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던 사실주의의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는 그의 제자에게 "천사를 본 일이 있는가. 그대 아버지를 보고 그려라"고 하면서 보이는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을 미술표현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중국 북송시대의 정치가이자 문학자였던 소식(蘇軾 1036∼1101)은 “대나무를 그릴 때 거기에는 자연환경과 어울린 끊임없는 변화가 있다. 현재의 대나무는 대나무 자체가 아니라 세상만물의 한 모습이다. 따라서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에 감추어진 진실까지 파악해야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화가가 무엇인가를 그리고자 할 때는 사물의 모든 상황을 이해한 연후에 작품제작이 임해야 한다고 했다.



화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면서 그 속에 의미를 담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대상을 그림으로 그려낼까? 누군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리고자 하나 형체가 없는 바람을 그려낼 방법을 찾지 못한다. 돼지꼬리를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낙엽 하나를 그려낸다면 그것은 바람이 아니라 바람의 문양일 뿐이다. 살아 있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는 바람이 스치고 지나는 또 다른 기물을 통해 재현돼야 한다. 한편으로 아주 예쁜 정물을 보고 예쁘다는 사실만을 그리고자 하는 화가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예쁜 사실만을 그려야 온전한 예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먼저인가 느끼는 것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는 미술품을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식의 감상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예술가들은 작품에 대한 표현 방법과 예술적 관점이 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감상자의 입장이 아니라 예술가의 입장 또한 중요하다.



보이는 것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이거나 할 것 없이 무엇을 왜 표현하려 하는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동수의 작품 ‘Empty & Fill’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보이지 않는 작가의 감성을 드러내는 이중적 구조를 형성한 작품이다. 개인의 느낌과 감성을 중요시하면서 어떤 대상을 채용한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항아리와 꽃무리를 통해 생명의 관계가 아니라 감성과 마음의 관계를 이야기 한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봐라






























 이동수, Empty & Fill, 캔버스위에 유화, 116.8x91cm,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