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 있을 것 아니에요. 요즘 마일리지 카드도 있던데. 열번 가면 한번 공짜."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작업남 교사가 모텔 앞에서 연상의 교생에게 수작을 걸며 내뱉는 대사다.
'모텔에 웬 마일리지 카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라면 황당무계한 얘기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제로 2009년 한국의 모텔은 커피전문점이나 피자집처럼 각종 쿠폰과 마일리지, 심지어 공동구매까지 다양한 마케팅이 펼쳐지는 新 휴식공간이다.
'어느 모텔에 월풀 욕조가 있는지' '연인을 위한 이벤트를 잘하는 모텔은 어디인지'
모텔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도 생겨난 지 이미 오래다. 신세대에겐 익숙한 9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모텔가이드'(http://cafe.daum.net/motelguide(이하 모가) 카페. 무려 3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한다.
◆하루 출석체크만 수백명, '콩' 포인트 모아요
"오늘 앤님(애인)과 롯데월드에서 신나게 놀구 탐로빈(모텔)에서 푹 쉬다 가려구요~^^. 자세한 건 포토와 UCC로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밤 되세요^^."(dbdud84)
"때 미는 덴 남친(남자친구)이 최고. 항상 텔에 갈 때는 때수건을 챙겨간다는 ㅋㅋ. 처음에는 무척이나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적응이 돼 등 밀어주면 너무 시원하고 물 끼얹어 주는 것까지 너무 좋아요"(앗뇽ㅎ)
'모가'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건, 많게는 수백건의 이용 후기가 올라온다. 예전 같으면 모텔 다니는 일은 '쉬쉬'할만한 것이건만, 신세대 젊은이들은 마치 좋은 놀이터를 발견한 것 마냥 생생한 체험담을 게시판에 수놓는다.
개방적인 성 문화를 반영하듯 성인의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선 이들의 사연도 눈에 띈다. "만 19세 생일 안 지났다고 안 된다고 하셨죠. 하지만 알아보니 만 19세가 되는 1월1일부터는 '생일이 언제이든 상관없이' 청소년이 아니래요. 다음부터는 들여보내 주세요." "직원으로부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등의 하소연이 속속 올라온다.
'모가' 운영자 채경일(34) 대표는 "회원들의 상당수는 20~30대인데, 그 중 특히 충성도 높은 회원들은 20대 초반 회원들"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래도 주머니가 가벼운 신세대들이 무료 숙박(대실)권 등을 따내기 위해 카페에 자주 글을 담기고 이벤트에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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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출석체크를 하는 열성 마니아들도 상당수. 5월12일에만 720명, 13일에는 정오까지 벌써 470여명이 다녀갔다. 한달 내내 꼬박 출근을 하며 '만근'을 채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30팀씩 대기하는 진풍경
이러한 신세대 모텔족이 늘어나면서 모텔의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모텔을 '술 마시다가 근처에 발길 닿는 데로 들르는 곳'이라 여긴다면 구세대. 요즘 젊은이들은 평소 즐기는 게임이 있는지, DVD목록에서 방의 콘셉트와 가격, 위치 등을 꼼꼼히 따져 예약하는 게 대세다.
실제 모가 카페에는 커플PC가 있는 모텔, VOD가 있는 모텔, 노천탕이 있는 모텔, 스팀 사우나가 있는 모텔, 전동 침대가 있는 모텔, 천정 거울이 있는 모텔 등 취향에 따른 모텔 검색 정보가 준비돼 있다.
과거 중장년층이 사람들 시선을 피해 교외로 모텔을 찾아갔다면 최근에는 신촌, 종로, 대학가 등이 성황을 이루는 것도 변화한 양상. 채 대표는 "종로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지역의 모텔에서는 은행 창구에서처럼 번호표를 주고 20~30팀씩 대기하는 진풍경도 곧잘 벌어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