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 당국은 대학등록금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로 할부 납부를 하면 학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있는 대학은 17%에 불과하다. 410여개의 대학교 중 신용카드를 받는 곳은 72곳 뿐이다.
그 이유는 카드사와 대학 간의 치열한 가맹점수수료 줄다리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국내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14조원. 이를 카드로 납부하면 2100억원(1.5% 수수료율 적용 시)이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카드 수납을 거부하는 대학측은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신 교육에 재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카드사 역시 "손해를 보면서까지 장사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카드사와 대학 간 싸움에 학생과 학부모의 편의성은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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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수수료율 '0%'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 카드대란이 있기 전까지 카드사들은 앞다퉈 카드납부 대학 유치에 나섰다. 당시 대학교에 매긴 수수료율은 0%였다. 대학교를 가맹점으로 유치하기 위해 카드 결제에 따른 가맹점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볼륨을 키우는 게 목표였다"며 "카드 사용액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결국 출혈경쟁으로 치달았다"고 회상했다.
카드대란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더 이상 무분별한 마케팅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대학등록금 납부에도 수수료율을 적용했고, 일부 대학만이 이를 수용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수료를 거부한 대학들과는 가맹점 계약을 철회했다.
◇ 시각차 드러낸 카드사와 대학교
소비자 입장에서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하면 1년에 1000만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나눠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카드로 낸 금액만큼 포인트를 돌려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할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카드사들이 회원을 대상으로 무이자 할부(또는 할부이자 경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고액의 등록금을 할부로 이용하면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카드사들도 대학교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현금결제만 해왔기 때문에 시장 개척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이라는 얘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 대학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는 카드사에 큰 이익이 되지 않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가맹점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납부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면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측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등록금을 현금으로 받아도 문제가 없는데, 수수료까지 내면서 카드로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대학 가맹점을 늘리려고 할부 이자 부담까지 하고 있는 반면, 대학에서는 카드결제에 소극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수료다. 현재 대부분의 카드사가 대학에 매기고 있는 수수료는 1.5% 수준. 한 학기에 100억원을 카드로 받으면 1억5000만원이 수수료 명목으로 지출된다. 현재 카드 납부를 수용한 대학들도 카드대란 이전에는 수수료 없이 등록금을 카드로 받아왔던 만큼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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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대에서 찾는 해결법
대학과 카드사 간 가맹점수수료 갈등으로 인해 카드사는 물론 대학들도 질타를 받고 있다. 카드사에 수수료를 낼 수 없다는 대학과 수수료율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면서까지 대학을 가맹점으로 끌어들일 이유는 없다는 카드사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는 카드사와 대학교 중 하나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팽팽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일반 가맹점수수료율에 대해 정부가 나서는 것처럼) 정부가 수수료 방안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사와 대학교 모두 조금씩 양보하면 학생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방송통신대학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방통대는 현재 삼성, 현대, BC카드에 이어 올해 KB국민카드를 등록금 납부 가능 카드로 추가했다.
방통대의 현재 가맹점수수료율은 0%. 대신 납부된 등록금을 90일간 무이자로 예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카드사들은 가맹점에서 카드매출이 발생하면 바로 대금을 입급시키지 않고 3~4일 정도의 예치기간을 거쳐 입금시킨다. 90일간 무이자로 예치하면 대학은 이자수익을 손해보지만, 대신 가맹점수수료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포기하는 대신 예치기간을 늘려 그만큼 자금운용에 덕을 보는 셈이다.
방통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국립대인 이유도 있지만 지금처럼 등록금이 비싼 상황에서 대학의 편의만을 따지기보다는 학생의 편의에 맞추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성주 방통대 재정지원팀장은 "물론 3개월의 이자를 안 받아 대학에서는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없게 됐지만 학생 서비스 차원에서 과감하게 결정했다"며 "대학등록금 수입이 높은 대학이라면 3개월간의 이자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