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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증권가 찌라시'(사설정보지)는 이제 일반인들도 다 아는 용어가 됐다.
이런 찌라시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도 나왔으니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래선지 최근 들어 증권시장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뜬소문이 더욱 많이 흘러다니고 있다.
지난 2일 여의도를 뜨겁게(?) 달궜던 2개의 찌라시만 해도 그렇다. 유부남인 D사의 애널리스트가 나이도 어린 여직원과 불륜을 저질렀다가 들켰다는 내용의 찌라시가 두가지나 돈 것.
회사명과 실명까지 명기돼 있어 해당회사는 발칵 뒤집어졌고 결국 회사는 "사실무근이며 유포자를 찾아내 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해당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메신저의 힘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면서 "하루 종일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당일 홍역을 치른 것은 D사만이 아니었다. D사의 루머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던 K사는 비슷한 시간 지방의 한 지점에서 '지점장과 영업직원이 식칼을 들고 대치 중'이라는 짧은 내용의 메신저가 돌며 마찬가지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달 25일 선물투자에서 주문실수를 해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된 회사는 K사다. 하지만 처음에는 Y사로 잘못 알려져 Y로 시작하는 이니셜을 가진 회사에서 적극 부인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월에는 북한 영변 경수로가 폭발해 고농도 방사능이 유출됐고 이에 따라 서울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식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예인 모씨가 뭘 어쨌다느니, 무슨 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느니 하는 식의 소문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증권가 찌라시는 소문을 끌어 모으다 보니 신뢰도가 굉장히 떨어진다. 하지만 그 중 몇몇개는 사실인 경우도 있어 대놓고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얼마 전 결혼한 모 연예인의 경우 집안 사정이나 빚 등의 문제가 찌라시를 통해 먼저 알려졌고, 이후 사실로 밝혀졌다. 또 믿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연예인의 열애설 역시 알고 보니 사실이었던 경우도 있다.
지난 1980년 후반 증권사 직원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기업 주변의 소문을 수집하며 시작된 증권가 정보지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연예인들의 각종 루머의 온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카카오톡과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등 자극적 루머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지가 사라질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찌라시를 없애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사고가 터지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정부차원에서 몇번 단속에 나서기도 했지만 '쉬쉬'하며 여전히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