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연세대 치대 구강종양연구소장인 김진 교수가 재활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스리랑카에서 만난 구강암 환자는 턱이 거의 잘려져 나간 상태였다. 얼굴 곳곳에는 피부이식을 하면서 생긴 흉터가 가득했다. 말을 할 수도, 제대로 입을 벌릴 수도 없는 환자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 보였다고 한다. 신의 축복을 비는 스리랑카 전통 인사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스리랑카 사람들이 구강암에 걸리는 주원인은 씹는담배다. 매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강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총 인구의 3분의 1가량은 아직도 씹는담배를 입에 물고 다닌다. 스리랑카가 구강암 1위 국가에 눌러앉아 있는 이유다.

▲국내 유통 중인 신종담배(사진=보건복지부)
▲국내 유통 중인 신종담배(사진=보건복지부)

새해가 밝으면서 금연을 목표로 삼은 흡연자들의 관심이 신종담배로 쏠리고 있다. 건강관리 차원에서 금연을 위한 수단으로 신종담배를 선택하는 것. 스누스담배, 씹는담배, 물담배 등 다양한 형태의 신종담배에 의지하며 금연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들 신종담배는 폐암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는 있지만 구강암이나 식도암에서는 자유롭게 해줄 수 없다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결국 세상에 '안전한 담배'는 없는 셈이다.

◆담배전쟁, 신종담배로 새 국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담배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채택하고 10년 동안 당사국을 전세계 90%까지 늘리면서 금연정책 추진에 일대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신종담배의 등장으로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신종담배의 잠재적 위험이 일반담배(궐련)와 비슷함에도 금연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종담배의 수요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입안에 머금고 구강점막을 통해 니코틴을 체내에 흡수하면서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내는 스누스담배는 과거에 여행객이나 해외배송에 의해 반입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국내 2개사를 통해 정식 수입되면서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로부터 밀반입되는 씹는담배도 크게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씹는담배는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실 면세 한도를 초과해 갖고 들어오다 적발된 양은 지난해 10월에 이미 전년도의 두배를 넘어섰다. 더욱이 씹는담배는 국내외 유명 야구선수들이 즐겨 사용하면서 국내 수요자가 늘고 있다.

물담배를 사용하는 모습은 대학가 카페나 유흥가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구에 담뱃가루를 넣고 긴 호스로 연기를 들이마시는 신종담배다. 대부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과일향, 허브향 등 다양한 맛으로 흡연 만족감을 대신할 수 있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다만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줄었다. 2004년 중국에서 개발돼 한 때 70여개가 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유통했을 만큼 담배 대용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부 전자담배 액상에서 발암물질과 내분비계 장애물질(일명 환경호르몬) 등 다량의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복지부의 연구결과로 인해 사람들의 손길이 점차 끊기는 분위기다.


▲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Smoke Free 페스티벌’에서 모델들이 흡연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바디 페인팅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Smoke Free 페스티벌’에서 모델들이 흡연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바디 페인팅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세상에 안전한 담배는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상에 안전한 담배는 없다. 스웨덴으로부터 들여오는 스누스담배는 제품을 입술과 잇몸 사이에 머금는 신종담배다. 스누스담배의 사용은 일반담배보다 폐암 등에 걸릴 확률이 낮다. 하지만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스누스담배는 니코틴 중독을 유발해 결국 일반담배의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니트로사민과 알카로이드 등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상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 암 저널>에 따르면 스누스담배를 매일 사용할 경우 구강암 및 인두암이 3.1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췌장암, 대장암, 조산, 저체중아 출산과도 연관이 있다.

유해성이 알려지자 유럽연합(EU)과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싱가포르, 태국, 대만, 터키 등 27개국은 스누스담배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에서는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스누스담배를 유통하는 스누스맨 측은 "스누스담배가 췌장암, 대장암, 조산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모든 담배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씹는담배 역시 암 유발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해설가이자 전 야구선수인 토니 그윈의 암 판정이 대표적이다. 선수시절 통산 3할3푼8리, 통산 3141개의 안타를 때려 유명한 그는 평소 일명 ‘딥’이라 불리는 씹는담배를 즐겼다. 그러다 2010년 일이 터졌다. 그윈은 갑자기 오른쪽 눈을 감을 수 없었고 턱에 큰 종양이 생겼다. 암으로 판명됐다. 씹는담배가 원인이었다. 화학치료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오른쪽 머리가 빠졌고 수염이 자라지 않았다. 그윈은 1년이 넘어서야 완치됐다. 이처럼 씹는담배의 유해성이 알려졌음에도 국내에서는 해외 여행객과 해외배송에 의해 꾸준히 들여와 사용되고 있다.

물담배도 마찬가지다. 물담배가 덜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일반담배와 똑같이 해롭다고 강조한다. 물담배를 즐기면 30분 이상 오래 흡연하는 특성상 오히려 일반담배의 100∼200배나 되는 유해물질을 마시게 된다고 지적한다

신종담배의 유해성이 하나 둘씩 드러나자 보건복지부는 신종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종담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징이 있어 여성사용자를 늘리고 청소년 흡연율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담배사업부를 관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신종담배의 위험성을 알리고 규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무연담배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오고 씹는담배는 구강암 위험성이 커서 판매를 허가하지 않는 국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복지부 건강정책국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흡연자들 사이에서 신종담배는 인체에 큰 해가 없고 법적으로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용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연구결과 유해하다는 것으로 판명됐고 일반담배처럼 음식점이나 PC방 등에서의 사용도 원칙적으로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막연하게 어떤 나라가 수입을 금지하기 때문에 우리도 따르는 것은 올바른 규제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신종담배에 대해 충분한 유해성 연구 결과를 거친 뒤 규제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