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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머니투데이 |
#. 지난 5월 국내 한 유명여행사의 해외 패키지 상품으로 유럽여행을 간 C씨(여). 고산지대로 유명한 스위스 융프라우를 관광하던 그녀는 고산병 증세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C씨는 쓰러지기 전 현지가이드인 D씨에게 신체에 이상이 생겼음을 이야기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핀잔이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채용한 현지가이드의 자질 및 인성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여행객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패키지여행 관련 소비자 피해신고 건수는 지난 2011년 6922건에서 2012년 7701건, 2013년 1만159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한국소비자원 등이 지난해 36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200개를 이용한 여행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3%가 추가비용을 냈다고 응답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여행지에서 가장 불만을 느끼는 부분은 가이드의 불친절과 자질 문제, 그리고 바가지 쇼핑과 옵션 강매였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데에는 근본적으로 대형여행사-현지여행사-가이드-관광객으로 이어지는 여행 유통구조 때문이다.
현지여행사는 대부분 국내 대형여행사에서 손님을 보내줘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대형여행사가 절대적 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무조건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여행사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손님들에게 쇼핑을 강요하거나 선택 관광(옵션) 등 바가지를 씌우는 방법이다. 쇼핑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인적 자원의 질과도 연계된다.
랜드 여행사에서도 성실하고 박식하며 손님에게 친절한 가이드 대신 회사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는 소위 '선수(?) 가이드'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해박한 역사지식 같은 가이드 본연의 업무능력은 뒷전이다. 쇼핑 매출이 높은 가이드가 더 대접을 받는다. 손님들에게 쇼핑을 강요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매출실적이 좋아야 가이드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가이드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 손님들의 지갑을 여는 방법만 궁리하거나, 눈치껏 손님이 알아서 사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현지 유적지나 문화, 역사에 대한 설명 대신 지루하고 짜증나는 현지 특산물에 대한 설명이 더 길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여행사에서 현지가이드를 하고 김민성(가명)씨는 “대형여행사들이 앞장서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여행상품을 내놓고 지상비도 쥐꼬리만큼 현지여행사에 보내는 판국에 제대로 된 가이드들을 채용할 수 있겠냐”며 “당연히 가이드들에 대한 인성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