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차이가 큰 이유는 노후라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추정해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은퇴 이후 월 생활비가 200만원이 필요하고 이를 30년 동안 써야 한다면 산술적으로 7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통해 노후에 얼마의 연금을 받는지에 따라, 또 현재 보유중인 자산이 얼마인지 등에 따라 준비해야 할 은퇴자금 규모는 달라진다.
◆ 국민연금공단, "적정생활비 월 184만원"
국민연금공단이 밝힌 '적정 은퇴생활비'는 월 184만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초 국민연금연구원의 패널조사(2011년도)를 분석한 결과 부부의 최소생활비는 월 133만원, 적정생활비는 월 184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50대 이상 은퇴자와 은퇴예정자들은 노후를 위한 최소생활비로 매달 77만원, 부부합산 133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일반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적정생활비가 개인의 경우 월 110만원, 부부는 월 184만원이 적당하다고 답변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 2005년부터 격년으로 1차 조사 당시 구축된 원표본인 5110가구와 이후 분가한 111가구 등 총 5221가구를 대상으로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사결과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2012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인 가구 기준으로 필요생활비는 194만원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소에서 지난해 발표한 '고령화사회에 대한 인식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인 노후 적정생활비의 평균은 약 180만원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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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계, "중산층 삶, 월 300만원 필요"
금융권의 계산은 조금 다르다. 이들이 분석하는 월평균 은퇴생활비는 300만원이 넘어간다.
삼성생명 은퇴백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은퇴 후 생활을 위해 한달에 최소 211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조금 더 여유있는 삶을 원한다면 319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추정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현재 50대인 부부의 적정 은퇴생활비로 한달에 300만원, 60대 부부의 경우 260만원을 제시했다. 김대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은퇴 초기 건강한 은퇴자 부부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비용을 적정 은퇴생활비로 정의했다"며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연령과 가구원, 소비수준의 세가지 항목의 조정을 위해 산출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통계청의 조사결과에서 60대 가구를 추출한 결과 이들의 지출액은 월평균 202만원이었다. 여기서 1인가구를 제외하자 월평균 지출액은 228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중산층을 추려내기 위해 소득규모 상위 25~50%에 해당하는 가구를 살펴보니 월평균 생활비가 258만원으로 집계됐다.
50대의 경우 자녀와의 동거기간이 더 길어지는 등 60대보다 비용부담이 높아져 월평균 298만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추정한 60대 은퇴자(부부기준)의 생활유지 은퇴비용은 285만원이다. 은퇴직전 50대의 월 생활비가 354만원인데 여기에서 자녀교육비, 연금 및 보험료, 교통 및 통신료 등을 차감하고 의료비를 조금 포함하면 285만원으로 계산된다는 설명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이들보다는 조금 낮다. 부부 기준으로 251만원을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연금공단의 조사보다는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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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정 은퇴비용, 서로 다른 이유
이처럼 은퇴생활비 규모를 놓고 국민연금공단 및 통계청과 금융투자업계 간에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박상규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은 "은퇴자산을 준비할 때 개인별 처지 또는 상황에 따라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상 필요 은퇴자산을 산정할 때 얼마를 적립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하며 평균적인 수준으로 또는 풍족한 수준으로 살기 위해서는 추가로 얼마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박 소장은 "이런 방식으로 필요 은퇴자산을 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한달에 100만원이면 은퇴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패턴이 고정돼 있는 사람에게 100만원의 연금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은퇴자산이지만 200만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생활패턴에 의해 필요한 은퇴자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자신이 정말 얼마가량 있어야 생활이 가능한지부터 따져보라는 조언이다.
은퇴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이 자신의 최종소득 혹은 생애평균소득의 70%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서는 은퇴 이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수준을 소득대체율로 제시했다. OECD가 보고 있는 은퇴 이후 적정소득대체율은 60~7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