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집은 세인의 관심거리다.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소득 수준을 가장 확실히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집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자 자산이었고 삶의 터전이자 휴식공간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집은 계급과 권위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고, 현시대에도 계층 간 ‘구별짓기’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벽’이다.


◆전세계 부호들의 호화저택들

한국 재벌들의 집은 전세계 부호들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다. 이는 재벌가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 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천박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하지만 전세계의 많은 재벌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호화주택을 짓고 살아간다. 특히 미국의 경우 넓은 대지를 이용해 집을 짓는 것이 일반화 돼 있어 한국의 재벌과는 비교하기 힘든 규모의 집을 가진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사람으로 가장 잘 알려진 빌 게이츠는 1억2000만달러(한화 약 1355억원)짜리 주택에 산다. 게이츠는 워싱턴주 메디나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재너두 2.0’이라는 별칭도 붙였다. 전체 규모가 6130㎡에 달하는 이 집은 들어가는 출입문만 8개, 욕실만 24개가 있다. 또한 수영장은 물론 개인용 극장과 비밀 서가가 갖춰진 도서관도 있다. 공사비용만 총 6300만달러(한화 약 752억원)가 들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이런 호화주택도 빌게이츠의 부와 비교하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그보다 더 사치스러운 집에서 살아가는 부호들이 적지 않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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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아이언 맨’ 이라고 불리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는 일본풍 애호가로 유명한데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 일본의 고대 별장을 연상시키는 건물을 비롯해 건물이 10채가 딸린 저택에 산다. 그는 지난 1995년 미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 총 면적 9300㎡의 대지를 매입해 7000만달러를 들여 16세기 일본 교토의 귀족이 거주하던 전통 주택을 본뜬 모습의 집을 만들었다. 이 저택을 완성하는 데 무려 9년이 걸렸다.
엘리슨은 이뿐 아니라 전세계에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도 말리부 해변가에 10여채가 넘는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했다.

최근 알리바바를 통해 전세계적인 부호로 떠오른 마윈 회장도 최근 호화 저택을 구입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마윈이 최근 홍콩에 마련한 저택은 고급 아파트단지 ‘피크’에 있는 전용 면적 1099㎡의 3층 저택으로 15억 홍콩달러(한화 약 2300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 가격은 약 136만 홍콩달러(한화 약 2억400만원)다.

현재 알려진 가장 비싼 저택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어스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인도 뭄바이 해안가에 지은 ‘안틀리아’ 저택이다. 27층 규모의 건물을 통째로 집으로 사용하는데 건물 높이는 일반 60층 건물 높이에 달한다. 그는 이 집을 짓기위해 1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의 집이 완공됐을 때 세계 언론은 이 저택이 총면적 기준으로 베르사유 궁전보다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마윈(왼쪽), 빌 게이츠. /사진=뉴시스 DB
마윈(왼쪽), 빌 게이츠. /사진=뉴시스 DB

◆집 없는 재벌들
하지만 부자들이 모두 이같은 호화저택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다. 부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소박한 집에 살아가는 재벌도 있고, 젊은 CEO 중에는 자신 소유의 집을 갖지 않고 ‘청년층 주택난’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이다. 버핏은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한 자택에서 소박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가 지난 1958년 3만1500달러(한화 약 3700만원)에 산 이 집은 5개의 방을 갖춘 미국 중산층이 거주할 만한 규모의 집이다. 게다가 담장이나 울타리는 물론 엄격한 보안시스템 등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은 인터뷰에서 항상 이러한 삶에 만족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7월 28억400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빌게이츠 재단 등에 기부하며 "많은 부에서 또 부를 쌓는 건 별 의미가 없지만 이 돈은 아이를 교육하거나 백신을 맞힐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금융소프트웨어회사인 인튜이트의 최고경영자인 아론패처는 자신이 창업한 개인재정상담 사이트를 1억7000만 달러에 팔아 돈방석에 앉고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17평짜리 아파트에 거주한다.

이들과는 다른 이유지만 10억 달러 이상의 부를 보유하고도 집없이 떠돌아 다니는 사람도 있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자신이 소유한 집이 없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으로 큰 부를 거뒀지만 그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잔다.

체스키가 집을 소유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직접 만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매일 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잠자리를 바꾼다. 그에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집을 떠돌며 잠을 자는 것이 일인 셈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며, 나의 일에 열정을 느끼고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체스키 이전에도 ‘집 없는 억만장자’는 있었다.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의 최대주주인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베르그루엔 홀딩스 이사장은 체스키보다 먼저 ‘집 없는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다. 그는 2000년 39세의 나이에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전용기를 타고 세계 곳곳의 호텔에서 체류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타이틀을 체스키에게 넘겨줄 때가 됐다고 판단했는지 최근 주택을 구입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 할리우드와 뉴욕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가 구매한 아파트는 현재 내부 공사 중이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곳에 정착해 살면서 집없는 억만장자라는 별명을 내려놓을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