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처럼 드론도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올 것입니다. 1인1드론 시대도 올 거고요. 인간의 시야를 넓혀주고 물리적 이동성을 향상해주며 배송이나 대중교통, 마케팅, 탐사, 예술·공연, 감시정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입니다.”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센터 사우스홀. 세계 최대 규모의 IT전시회인 ‘CES 2016’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비행로봇(드론)이 날아올랐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27개 드론업체 중 12개가 중국기업. 이곳에 뛰어든 한국기업은 단 한곳뿐, 바로 소형드론을 생산하는 강소기업 바이로봇이다.


홍세화 바이로봇 전략기획이사(33·사진)는 2011년 바이로봇을 세운 창업자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만든 작은 회사의 로봇이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으로 팔리고 있다.


/사진제공=바이로봇
/사진제공=바이로봇

◆한국서 날아온 드론, 자동차 변신도 가능
바이로봇의 드론은 지난해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게 CES에 참가했다. 올해 CES에서도 드론분야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기업이었다.

바이로봇의 드론은 게임용으로 개발됐다. 2013년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 ‘드론파이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배틀(battle)기능을 탑재했다. 개인전뿐 아니라 2대2나 3대3의 팀 게임이 가능하다. 한 오프라인 모임에서 40대의 드론파이터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진행하는 모습은 마치 ‘우주전쟁’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미사일을 한 대 맞을 때마다 조종기가 진동하고 불빛으로 위험상황이 전달됩니다. 게임플레이어와 일반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의 한 분야로 발전시키기 위해 중계시스템을 개발했죠.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나 제품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찾는 기술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바이로봇의 드론을 전세계인이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드론파이터는 에너지 잔량과 미사일 종류 등 플레이어의 상태를 모니터상으로 보여준다. 이 드론을 이용한 배틀시스템과 중계시스템은 현재 특허로 보호받는다.

“다이내믹한 비행게임을 위해서는 성능이 좋아야 합니다. 조종자의 의도대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다양한 전략이 나오거든요. 바이로봇의 시스템은 안정적인 비행게임을 위해 최적화됐습니다. 모든 비행체는 추락의 위험이 늘 존재합니다. 산업용 드론을 개발할 당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 중 하나가 높은 내구성과 고장 시 편리한 유지 보수예요. 이 부분을 드론파이터에 적용해 핵심부품을 모듈화하고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CES 2016에서 처음 선보인 페트론(PETRONE)은 기존 드론파이터의 기능에 최신기술을 접목했다. 사용자가 더 쉽게 조종이 가능하도록 자동정지비행(Auto Hovering) 기능을 추가해 게임에 더욱 집중하도록 한 것. 자동정지비행이란 드론을 조종자의 조작 없이 지정한 위치에 떠있게 하는 기술. 드론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초소형비행체 중 이 같은 자동정지비행 기능을 실내에서 구현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홍 이사의 설명이다. 또 별도의 조종기 없이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해 일반고객도 접근하기가 수월해졌다. 음성인식과 패턴비행, 드론에서 자동차로 변신하는 기능도 다양한 재미를 제공한다. 이번 CES에서 바이로봇은 방문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마련해 인기를 모았다.


드론. /사진제공=바이로봇
드론. /사진제공=바이로봇
드론리모컨. /사진제공=바이로봇
드론리모컨. /사진제공=바이로봇

◆미술·음악에 관심… 28세 스타트업 창업
홍 이사는 어린 시절 사업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미술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목회자의 길을 고민하기도 했죠. 즐겁게 보냈던 날들이 아마 사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홍 이사는 국가출연 비행로봇팀 출신 연구원으로서 28세에 스타트업을 세웠다. 연구원 시절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를 사용한 헬리콥터) 등 다양한 산업용 드론을 개발했다.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덕티드팬(Ducted fan) 유형의 드론을 개발해 자율비행에 성공했다. 드론의 핵심기술인 비행제어, 무선통신, 데이터 처리 등 소프트웨어분야의 기술도 경험했다.

드론파이터는 2년간의 기술개발과 상품화 작업을 거쳐 2013년 말 출시 후 2014년 7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해외시장을 개척해 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호주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베스트바이, 월마트, 토이저러스와 공급계약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장난감업체 반다이남코와는 이미 총판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7월 첫 납품을 완료했다.

해외수출길이 열리면서 지난해 매출은 1년 만에 100% 이상 성장한 약 17억원을 달성했다. 드론파이터는 약 300개 학교에서 교보재로 사용된다. 교육시장 확대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50억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홍 이사는 인공지능(AI), 무선통신, 빅데이터, 센서융합 등 로봇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드론에 곧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로봇산업 전체를 논하기에는 아직 많이 이릅니다. 드론산업은 국가 차원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판매되고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제품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