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단상] 응답하라1988, 제작진은 정환이 아닌 '자살'을 택했다

신선하다. 반전이다. 충격적이다... tvN [응답하라 1988] 덕선(혜리)의 남편이 정환(류정열)이 아닌 최택(박보검)이라는 사실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혹시, 응팔 제작진을 향해 육두문자를 날리고 싶었는가.

결말을 본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팬들은 뿔이 났고,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백미인 ‘여주인공 남편찾기’는 늘 이랬다. 남편감 후보로 모두를 나열하고 두 명만 남기고 제작진들은 시청자들과 밀당을 했다.

이번 남편의 주인공은 응칠(응답할라 1997)과 응사(응답하라 1994)와는 달랐다. 응팔이 점점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시청자들은 ‘어남류’ 쪽에 손을 들었다. 응팔은 이전의 두 시리즈를 답습한 시시한 밀당처럼 보였다.

제작진은 반전 카드를 꺼냈다. 정환이 아닌 최택을 혜리 남편으로 선택하면서,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극 전개상 어이없는 결정이었다. 2회를 남기고 ‘식스센스’급 반전을 연상케 하는 혜리와 최택이 연결되는 장면을 펼쳐 놨다.

‘반전’ 보다는 ‘충격’이었다. 정환을 좋아했던 혜리는 지조가 없는 여자가 됐으며, 한 남자(정환)는 진짜(?) 고백도 못해 본 바보가 됐다. 최택은 우정을 택했지만, 사랑을 쟁취한 남자가 됐다. 특히 응팔 마지막 회에서 정환의 2016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밥 봉선생’이 된 정환 형 정봉이의 소식은 나왔는데 말이다. 정환은 완전히 잊혀졌다.

응답하라 제작진은 고민했을 것이다. 스포일러, 응답하라 시리즈 남편찾기의 답습 등을 뿌리치고 신선한 카드를 시청자에게 던져야 했다. 하지만 한 남자의 순정을 죽이고, 미래도 없앴다. 시청자들은 제대로 농락을 당했다. 막장드라마의 향기가 응팔에서 풍겼다.

응팔 제작진은 최택을 혜리 남편으로 만들면서 개연성의 ‘자살’을 택했다. 정환의 사라진 사랑이 눈물겹다.

사진. tvN 응답하라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