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나리타공항 /사진=박찬규 기자
도쿄 나리타공항 /사진=박찬규 기자

#1 A씨는 신혼여행에서 ‘스톱오버’를 활용했다. 네덜란드항공KLM을 이용하면서 갈 때는 공항에서 바로 환승하느라 2시간가량을 머물렀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암스테르담에서 9시간 경유를 택한 것. 풍차마을을 다녀오려 했지만 혹여 교통편에 문제가 생기면 귀국 비행기를 놓칠 수 있어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해 7시간쯤 시내를 관광할 수 있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현지 분위기와 교통편 등 여행정보를 일정부분 파악한 만큼 A씨는 이곳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2 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서 처음으로 항공권을 알아보던 B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가까운 일본을 가는 데도 총 이동시간이 7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와서다. 다른 항공권을 살펴봐도 비슷한 조건이 대거 검색됐다. 이는 ‘환승 조건’의 항공권이 대거 검색됐기 때문. 결국 B씨는 상세 검색조건을 설정한 다음에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2~3시간이면 가는 곳인 데도 환승 조건의 항공권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3 여행마니아 C씨는 해외여행 시 되도록 환승 항공권을 구입한다. 환승 과정에서 짐이 다른 항공편으로 보내진 경험이 있음에도 가격이 워낙 저렴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고. 게다가 환승도 다양한 조건으로 설정할 수 있어 일정이 짧을 때는 항공사 라운지를 활용하며 대기하고 여유가 있을 때는 아예 며칠을 묵으며 여행을 즐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준비에 공을 들이는 이가 많다. 취항 노선이 크게 늘어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다양해진 데다 이른바 ‘손품’을 팔면 항공권값이 훨씬 저렴해서다. 총 여행경비의 상당부분을 항공권이 차지하는 만큼 특별한 가격의 항공권에 눈길이 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같은 곳을 가더라도 여정의 총 소요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어딘가를 경유하는 일정이라면 환승에 버려지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환승하면 가격이 내려간다

해외 장거리여행에서 직항 노선 대신 경유 항공편을 이용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항공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여행경비를 아낄 수 있는 만큼 항공권 가격은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항공권 가격비교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이 큰 인기를 얻는 이유기도 하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항공권이 가장 저렴할 때는 비수기이면서 해당 항공편 출발이 임박했을 때, 정기·비정기적으로 항공권 특가이벤트를 진행할 때다. 만약 둘 다 챙기지 못했을 때는 경유 항공편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항공사들은 좌석 예매율이 낮아 빈 자리가 많을 때 이를 채우려고 ‘땡처리’ 특가항공권 이벤트를 진행한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주로 쓰는 방법이지만 최근엔 대형항공사(FSC)도 출발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항공권을 싸게 내놓는 경우가 많다.

여행객 입장에서 정기 특가 이벤트는 여행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어 인기다. 할인율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일정도 있지만 비수기에는 제약이 없는 편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미리 싸게 파는 항공권이 연중 항공수요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약이 몰리는 노선에 특별편 항공기를 추가로 투입할 수도 있다.

경유 항공편도 비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해외의 인기 장거리 노선 13곳의 경유 항공편 가격은 직항보다 평균 19%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노선 중 1회 경유 시 비용을 가장 많이 절감할 수 있는 여행지는 미국. 뉴욕행 항공권은 직항보다 평균 31% 저렴했다. LA도 평균 23% 차이가 났다. 유럽도 25%쯤이었다.

경유할 경우 경유지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유럽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했을 때 항공권 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천공항 환승객용 베드 /사진=박찬규 기자
인천공항 환승객용 베드 /사진=박찬규 기자

◆경유 항공편·서비스 따져야 

최근엔 LCC들의 지역 얼라이언스가 등장하면서 환승 여행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주로 소형기종을 운항하는 LCC의 특성상 장거리노선 취항이 어렵다. 이에 소형기종으로 갈 수 있는 지역을 연계, 환승을 통해 장거리여행 효과를 내기도 한다. 제주항공의 밸류얼라이언스가 좋은 예다.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장기간 여행을 준비하는 배낭여행족에게 큰 메리트가 있는 방법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나라를 돌아볼 수 있어서다.

경유 항공편은 어디를 몇 번 경유하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많이 경유할수록 가격이 저렴하지만 불필요하게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으니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일부러 경유지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게 아니라면 환승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직항편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어딘가를 경유하는 항공편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항공사와 환승객을 유치하려는 해당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좌석을 최대한 채워야 손해가 없고 공항은 많은 노선을 확보해야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 여행객들이 공항을 이용하고 인근을 돌아다니며 소비하는 것도 기대요소다.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라운지 /사진=박찬규 기자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라운지 /사진=박찬규 기자

이런 점 때문에 ‘허브’를 표방하는 공항들은 어떻게든 환승객을 유치하려 노력한다. 인천공항도 심야 환승객에게 간단한 요깃거리를 제공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시설 마련에 주력한다. 면세점 할인쿠폰 등 각종 혜택도 제공한다. 인천공항은 현재 총 4개소(제1터미널 2곳·제2터미널 2곳)의 환승편의시설을 24시간 운영하면서 샤워실과 안마의자,무료 인터넷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환승객을 많이 유치한 항공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운영한다. 이는 해외 주요 국제공항도 비슷하다.
항공·여행업계 종사자들은 환승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국내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다면 여행의 피로를 고려해서 직항편을 이용하는 게 좋다”면서 “특히 라운지나 환승센터 등 환승하는 공항의 시설을 미리 확인해야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환승을 여행 콘텐츠로 생각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얻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환승은 되도록 적게 하면서 스톱오버 기간을 늘리는 것도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