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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법무부가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겠다며 내세운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등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한 현직 검사가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만들어진 개편안"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41·사법연수원 38기)는 전날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 제하 글을 올리고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이 "개편안을 위한 개편안"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66·7기)의 아들인 차 검사는 앞서 검찰의 공소유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를 목표로 하면서도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며 공판검사실에 형사부 인력과 함께 일부 업무까지 넘겨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차 검사는 "1검사 1재판부는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현재 1인이 재판부 1.8개를 담당해서 공판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면서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며 "공판부 검사가 해야 할 업무 및 정체성은 무엇인지, 특히 개편안이 말하는 조서 없는 공판준비형 검사실 시스템에서는 특히 어떠한지 한번이라도 깊은 고민을 해보았다면 개편안과 같은 표현은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어 "1검사 1재판부는 단순히 검사 1명이 맡는 재판부를 1개로 줄이는 데서 출발해선 안 된다. 단순히 물리적인 업무 부담이 줄어들면 공판부 기능이 확대될까"라며 이번 개편안이 전문 공판검사 배치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나 국민참여재판 무죄율 상승세의 이유, 검찰조서 증거능력 제한 등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차 검사는 '공판 준비형 검사실' 관련 개편안에 대해서도 "마치 기존 형사부 검사실이 조서를 받지 않는다거나 공판 자료를 충실히 작성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전제하고, 그 결과가 조사자 증언제도의 적극 활용이라는 난데없는 워딩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사자 증언제도 정착을 위해선 바뀔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경찰-검찰-법원 모두의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함은 물론, 현 단계에서 검찰 직제개편으로 바로 도입할 수도 없다"며 "검찰 업무시스템이 변화되면 형사부는 어떤 기준으로 공소제기·공소유지를 할 것인지, 조서가 없는 경우 필요한 증거는 어떤 식으로 공판 과정에서 현출할지 등 근본적인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차 검사는 공판부를 고검검사급 또는 고경력검사와 저호봉 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하려는 안에 대해서도 "공판부가 그간 속칭 저호봉 검사가 우선 배치되는 비선호 보직으로 인식되었는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편안은 여전히 공판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단 한 걸음도 발전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공판부는 저호봉 검사들이 단독 재판부를 맡으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고, 다만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워 보이는 합의부에는 고검검사 고기수 검사를 배치하면 될 것 같다고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차 검사는 "공판준비형 검사실 도입과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는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고설킨 형사부 검사실의 변화 및 이에 따른 공판환경의 변화에 따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대처해야 할 부분"이라며 "지금처럼 '형사부 검사실은 조서 받지말고 공판준비에 집중하고 필요하면 조사자 증언하면 되잖아. 공판부는 1검사 1재판부 해주겠는데 일이 적어질 테니 간단한 수사는 같이 해봐' 식의 접근으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내용을 발표한 7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내용을 발표한 7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차 검사의 글에는 검사들의 공감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대부분 법무부의 개편안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에 뜻을 같이 했다.
한 검사는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대해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예정되어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의견조회가 들어온 직제개편안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고 새로운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 대한 철학적 배경도 없는 듯해 어디서부터 논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수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면서 ;구성원 의견 취합'이란 절차를 소홀히 하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검사는 "개정법상 변경되는 수사검사의 업무 내용과 업무 부담도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사환경 변화와 공판업무, 재판실무 증거능력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개정법령 시행 전 공판검사실·형사부 업무부담을 예측해 향후 목표를 설정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아울러 "제도가 마련된 근원적 이유나 시스템과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편안"이라며 "무엇보다 형사부 공판부 강화라고 말은 하면서도 마련된 개편안의 기저에는 형사부와 공판부를 낮게 보는 듯한 인식이 있는 듯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 검사는 "직제개편안에서 비전과 목표, 청사진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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