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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최종전 전북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전북현대 이동국(41)이 선발 출전하고 있다. 이동국은 이날 은퇴 경기에서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출격한다. 2020.11.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전북현대가 2020년 K리그1 정상에 오르면서 정규리그 4연패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역사 속 4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전북이 유일하다. 동시에 전북은 통산 8번째 별을 유니폼에 새기게 됐다. 이 역시 그 어떤 팀도 오르지 못한 고지다.
2019년까지 성남FC(전신 일화 포함)와 함께 최다우승 공동기록(7회)을 가지고 있던 전북은 올해 횟수를 또 추가하면서 당당히 최다우승 클럽으로 우뚝 서게 됐다. 전북이 창단 후 처음 리그 정상에 섰던 때가 2009년이었다. 12년 동안 8번이나 우승했으니 '절대 강자'라는 표현도, '전북 왕조'라는 수식도 무리는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이동국(41)이라는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과 함께 만들어졌다는 게 또 흥미로운 일이다. 전북과 이동국의 12년 동행은 그야말로 해피엔딩이었다.
전북이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 27라운드에서 2-0로 승리했다. 시즌 최종전적 19승3무5패 승점 60점이 된 전북은 2위 울산(17승6무4패 승점 57)을 제치고 또 환호성을 질렀다.
1994년 전북다이노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전북은 대략 10년 동안 정규리그는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었다. 2000년과 2003년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나 장기 레이스인 K리그에서는 정상과 거리가 있었다.
그러던 전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2005년 여름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그해도 정규리그 성적은 최종 12위였으니 K리그에서는 획기적인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의 전북은 2005년 FA컵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아시아를 제패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의욕이 넘쳤지만 전북은 2007년(8위)과 2008년(4위) 정규리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토너먼트 대회에서만 강하다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아야했다. 그랬던 전북의 두 번째 전환점이 바로 2009년이다.
2009시즌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이동국(그리고 김상식)을 영입하는 예상 외 선택을 내렸다. 모두들 시큰둥하게 바라봤으나 그것이 사실상 '신의 한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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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과 전북현대의 12년 동행이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
2008년 성남에서 단 13경기에 나서 2골밖에 넣지 못했던 공격수는 2009년 전북에서 32경기에 출전, 무려 22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은 생애 첫 득점왕과 함께 MVP에 등극했다. 그리고 전북은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때부터 전북과 이동국은 수많은 이정표를 세우며 꽃길을 함께 걸었다. 2011년 이동국은 16골과 함께 15개의 어시스트를 작성, 도움왕에 등극했다. 전북이 2번째 별을 달던 때다.
최강희 감독이 잠시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느라 뒤숭숭했던 전북은 2012년 2위와 2013년 3위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2013시즌이 끝난 뒤 만난 이동국은 "이제 전북은 3위를 해도 욕을 먹는 팀이 됐다"고 웃으면서 고개를 흔든 뒤 "그만큼 강팀이 됐다는 방증"이라는 말로 넋두리가 아닌 극복해야할 일이라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이겨냈다.
최강희 감독이 복귀한 전북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동국을 앞세워 2014년과 2015년 2연패에 성공한다. 이동국은 각각 13골6도움과 13골5도움으로 선봉장 역할을 했고 2시즌 연속 MVP를 거머쥐었다. K리그 역사상 개인이 4번이나 MVP를 수상한 것은 이동국이 유일하다.
2016년 아쉽게 2위에 그쳤던 전북은 2017년과 2018년 다시 2연패에 성공하면서 최강희 감독의 중국행을 홀가분하게 해줬고, 모라이스 감독과 함께 한 2019년과 2020년 2연패를 더해 총 4연패라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지난달 26일 공식 은퇴를 선언한 이동국도 최고의 마무리와 함께 23년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은퇴식에서 이동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은퇴하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그 순간에 내가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는데 염원이 하늘에 닿았다. 누구보다 성실했던 레전드에게 허락된 작고도 큰 선물과 같은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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